최근 부동산시장은 찬바람 일색이다. 거래 한파 속에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3주 연속, 서울은 2주째 떨어지며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경매시장에 쏟아지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전체 부동산 경매 감정가 중 아파트 비중이 연평균 20%대에서 최근 30%대로 치솟았다.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실수요자의 관심은 내년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날지에 쏠린다. 하지만 내년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지난 4일 지명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쏟아지는 관심 또한 이처럼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부활시킬 구원투수와 같은 역할을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박 후보자도 "민생의 최접점에 있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는 감정을 토로하지 않았을까 싶다.
박 후보자는 국토부에서 30여년간 있으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권을 넘나들며 주택정책과장, 토지기획관, 건설정책관, 주택토지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토부 출신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까지 지낸 부동산 정책 전문가인 만큼 실무에 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규제 완화의 선봉장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박 후보자는 지명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규제 완화의 입장을 갖고 시장을 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였던 지난해에도 현 주택시장 침체와 이로 인한 건설기업 부도 우려를 "과거와는 성격이 다른, 외부요인에 의한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하며 "지금 남아있는 규제를 싹 다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투기 의혹에 대해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진 점도 박 후보자에 대한 신뢰를 키운다. 박 후보자가 신고한 본인 포함 가족의 재산은 총 10억원 정도. 이 가운데 가장 큰 재산은 박 후보자 명의의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4억5600만원)였다. LH 사장이었던 2019년 초 신고했던 산본동 아파트 가격은 3억5600만원이었으니 5년여 만에 딱 1억원이 오른 셈이다. 당시 보유했던 군포시 부곡동 아파트(2019년 신고액 4억원)는 이번 신고에는 없어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에게 가장 바라는 것 또한 서민 주거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30여년 공직 생활을 하고 우리나라 국토교통 정책을 책임지는 수장 자리에 오를 이가 보유한 집이 4억원대 아파트 1채뿐이라는 점에서 그가 서민 주거에 대한 이해도가 깊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실제로 그는 "민생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매매가격이든, 전셋값이든, 전세사기 문제든 부동산 때문에 억장이 터지고 가슴 답답한 일이 안 생기도록 막아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10여년 만에 탄생하게 될 내부 출신 장관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단 긍정적이다. 앞서 원희룡 장관은 '현대판 주거신분제 타파'라는 대명제를 내세우며 각종 현장을 누비는 왕성한 활동을 펼쳤지만, 자신의 홍보에 더 주력한 '셀럽 장관'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디 "촘촘한 주거안정망 구축과 주거사다리 복원을 통해 국민들의 집 걱정을 덜어드리겠다"는 박 후보자의 각오가 끝까지 이어지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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