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논란 시끌…"한국인이 호구냐"

다른 나라는 '가족 요금제' 등 다양한 선택지
한국은 '끼워팔기'로 비싼 요금제 강요
"공정위 조사 등 규제나 개입 서둘러야"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42% 인상(기존 월 1만450원에서 월 1만4900원)으로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다른 음원 플랫폼(월 7000~9000원대) 서비스와 비슷한 가격(월1만450원)으로 광고없이 동영상을 보고, 음원까지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잠잠했던 논란이 지나친 가격 인상 때문에 재점화하고 있는 것이다. 음원 서비스를 빼고 광고 제거 기능만 저렴하게 이용하거나 가족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선택지가 없는 것에 대해 "한국인이 호구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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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패키지,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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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유튜브 뮤직을 빼고 광고 제거 등 기본 기능만으로 구성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69스웨덴크로나(8707원)이다. 유튜브 뮤직을 더한 '유튜브 프리미엄'의 119스웨덴크로나(1만5019원)에 비해 43% 저렴하다. 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벨기에 등도 프리미엄 요금제의 반값 수준에 이런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런 요금제가 없다. 유튜브 뮤직만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요금제, 유튜브 뮤직에 광고 제거 기능을 더한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 등 2가지만 존재한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광고만 제거해주는 저렴한 요금제가 한국에도 있다면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며 "지금은 묶음 상품밖에 없으니까 울며겨자먹기로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는 있는 '가족 요금제'나 '학생 요금제'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오직 '개인 요금제'만 존재한다. 가족 요금제는 한 계정으로 최대 6명이 프리미엄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6명이 모두 이용한다면 개인 요금제의 25% 정도의 금액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학생 요금제는 개인 요금제의 약 60% 정도의 금액이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 요금제만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과 슬로베니아, 단 2곳뿐"이라며 “단일요금제를 강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조사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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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는 독점적인 지위를 앞세워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지불하게 만드는 것은 시장지배자로서 문제가 되는 행위"라며 "특히 음원 기능이 필요 없는 이용자인데도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비싼 가격의 '단일 요금제'가 강제되는 점, 플랫폼의 영향력을 앞세워 '끼워팔기'로 음원 플랫폼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도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유튜브 뮤직은 멜론을 제치고 이용자수 기준 국내 음원 플랫폼 1위로 우뚝 섰다. 광고 제거와 음원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끼워팔기 요금제로 기존 음원 플랫폼 이용자들을 흡수한 덕분이다. 그만큼 '국민 미디어' 유튜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도시와 시골,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유튜브를 본다.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가 지난 10월 기준 4107만명이다. 부동의 1위 카카오톡(4122만명)도 턱밑까지 추격했다. 최광호 사무총장은 "유튜브 뮤직이 아닌 빵을 묶어서 팔아도 빵이 1등이 되고, 책을 묶어서 팔면 그 책이 1등을 할 것"이라고 했다.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는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인 '거래강제'로 분류된다. 시장에서 인기 좋은 제품을 공급하면서 인기가 낮은 제품을 함께 파는 행위 등을 뜻한다. 공정위는 구글코리아가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로 독과점 지위를 남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월 현장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은희 교수는 "문제의 소지가 명백한데도 가만히 놔둔다면 구글은 한국의 소비자를 더 함부로 취급할 것"이라며 "다국적 기업이라도 부당한 가격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호해야한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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