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슬럼가에서 탄소배출권 캐낸다

[K-건설, 뉴 챌린지
정수시설·주택개보수·공원 조성 등
전 국토서 28년간 온실가스 감축 수행
10년간 134만t 탄소배출권 확보 전망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파키스탄 내 슬럼지역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확보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추진한다. LH가 정수시설 설치, 주택 개보수 지원, 가로등 설치, 공원 조성 등 주거환경 개선에 투자하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탄소배출권의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파리협정에 따라 2018년 온실가스 발생량 기준으로 2030년까지 40%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감축량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LH는 개발도상국에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해 그만큼을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파키스탄 신드주 카라치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LH와 파키스탄 관계부처가 회의하는 모습.[사진=LH]

파키스탄 신드주 카라치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LH와 파키스탄 관계부처가 회의하는 모습.[사진=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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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지난 2월 파키스탄 국가승인을 얻어 파키스탄 전역에서 28년간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수행할 권리를 확보했으며, 10월에는 신드주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시설 수량 사양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 내용에 합의했다. LH는 내년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사업계획서 등록 승인을 완료하고 본격 공사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유사 사업에서 투자자가 확보할 수 있는 배출권이 통상 50~70%에 불과한 데 반해 LH는 배출권 100%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국가승인을 받았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LH는 카라치시 내 슬럼지역 31곳(8만4000호, 53만명 거주)을 선정해 국제감축사업(SDM) 을 추진할 계획이다. 마을단위 정수시설 130기를 설치해 하루 약 500만ℓ의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 저탄소 비소성 벽돌을 2억장을 공급해 노후주택 개선을 지원하는 한편 고효율 LED 가로등 7000여 기를 설치·교체해 범죄 사고를 예방하고 전력소비량을 줄인다. 아울러 유휴부지 6곳에는 커뮤니티 공원을 조성해 지역의 도시경관을 개선하고 슬럼지역 주민 삶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파키스탄 카라치시 내 주거환경 개선 대상 지역의 모습.[사진제공=LH]

파키스탄 카라치시 내 주거환경 개선 대상 지역의 모습.[사진제공=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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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하는 방법론 중에서 지역 수요, 기술 및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해 선정했다. LH는 이 사업을 통해 10년간 134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이에 따른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업의 진행 과정을 통해 공사·용역 발주 등 약 390억원의 민간 해외수주 지원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민간 설계사, 건설사 등이 사업에 동반 참여해 해외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LH는 사업을 공동으로 시행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고 있으며,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가까운 미래에는 탄소배출권 확보가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요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면서, “LH는 개발도상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국내 기업들에게 탄소배출권이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국토면적 77만1000㎢(한국의 7.7배), 인구 2억2520만명(세계 6위)의 국가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1년 4800만명 수준이던 도시인구가 2020년 820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주택을 구하지 못한 국민들은 도시 내 무허가 거주지로 유입되고 있다. 파키스탄의 슬럼 거주인구는 전체 도시인구의 40%를 차지한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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