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표현의 자유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교사를 살해한 프랑스 학생들이 법원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이들에게 집행유예 처분을 내렸고, 교사의 유족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2020년 파리 근교 콩플랑-생트-오노린의 브와돈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지리교사 사뮈엘 파티(47)가 체첸계 무슬림 난민인 압둘라 안조로프(18)에게 칼로 목이 잘려 숨졌다. 그가 토론 수업에서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수업에서 활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에 법정에 선 10대 5명은 안조로프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법에 따라 미성년 피고인들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는다.
범행 당시 14~15세였던 이 학생들은 파티를 학교 밖으로 유인해내는 등 범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여학생 1명은 온라인상에서 “파티가 만화를 보여주기 전 이슬람 학생들에게 교실을 나가라고 요구했으며, 이런 사실에 항의하자 자신을 처벌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한 14세 남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300유로(약 40만원)을 받고 파티의 인상착의와 퇴근시간 등을 범인에게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안조로프는 지난 16일 학교 앞에서 이 남학생을 불러 세웠고, 300유로를 현금으로 건네며 파티에 대해 물었다. 파티는 그로부터 3시간 후 학교 근처에서 목과 몸통이 분리된 시신으로 발견됐고, 안조로프는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됐다.
이 남학생은 “범인은 프랑스어 액센트가 거칠긴 했지만 무기도 없었고, 위험인물 같지 않아서 정보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또 친한 친구들에게 범인으로부터 받은 돈다발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고, 진심으로 후회한다”고 진술했다.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법원은 6명 중 5명의 피고인에게 2년에서 3년의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들은 학교나 직장에 다니며 집행유예 기간을 보낼 것을 명령받았다. 또 그의 부모들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교육을 듣게 된다. 가장 가벼운 형을 받은 학생은 징역 6개월에 가택연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전자발찌 착용도 명령받았다.
이에 패티 교사의 유족은 반발하고 나섰다. 패티 측 변호를 맡은 버지니 레 로이 변호사는 “2020년의 프랑스에서 평범한 남성이 참수당한 것은 아주 심각한 일”이라며 “법원의 이런 판결은 고인의 가족과 그의 학생, 동료 교사들에게 좋지 않은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티가 수업에서 사용한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은 무함마드를 저속하게 비하했다는 이유로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총격 테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직원 10명과 경찰 2명이 사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