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장고 끝에 세계 첫 인공지능(AI) 규제 법안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다수 외신은 EU 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 EU 27개 회원국 대표가 8일(현지시간) 37시간 넘는 장시간 회의 끝에 'AI 법(AI Act)'으로 불리는 법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자국 기업에 불리할 수 있다며 일부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합의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결론을 냈다.
해당 법안에는 AI 위험성을 분류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있다. 또 정치·종교적 신념과 성적 지향, 인종 등 민감한 특성을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인터넷, 보안 영상에서 생체 정보를 얻는 것을 금지했다.
단, 사법당국이 인신매매 피해자를 수색하거나 테러 위협을 예방하고 살인, 강간 등 범죄 용의자를 추적할 때 필요한 실시간 안면 인식 기술은 허용했다. 또 챗GPT(오픈AI), 바드(구글)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규제하되 국가 안보와 법 집행을 위해 활용하는 AI에는 광범위한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다.
앞으로 EU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은 데이터를 공개하고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자율주행차와 의료 장비 등 고위험 기술을 선보이는 기업의 경우 더 세밀하게 법을 적용받을 예정이다. 만약 규정을 어기면 최대 3500만유로 또는 세계 매출의 7%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법안이 개인과 기업의 권리 보호 간 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성명에서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 법 집행을 지원하기 위해 AI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유럽에서 대규모 감시를 원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종 합의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법안 초안은 유럽 의회와 회원국 공식 승인을 거칠 예정이다. 승인 후 발효되기까지는 2년이 걸릴 전망이다. EU는 AI 규제를 국가 및 범유럽 규제 기관을 선보일 계획이다.
EU는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2021년 4월 법안 초안을 발의하면서 AI 규제 논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법안 내용이 수정됐다. 초기 버전에선 챗GPT를 지원하는 범용 AI와 관련한 언급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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