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되지만, 그다지 기대되진 않는다."(해외 커뮤니티 ‘레딧’의 한 네티즌)
엔씨소프트 의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에 해외 이용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게임 기술력에는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리니지’ 시리즈에 적용된 P2W(Pay to Win·이기기 위해 돈을 써야하는) 과금 구조에 대해선 한없이 냉혹하다. “TL은 리니지와 다르다”던 김택진 대표 말처럼 차별화 정도가 성패도 가를 전망이다.
김택진 대표가 몸소 개발을 지휘해 온 TL은 7일 오후 8시 국내를 시작으로 이용자들과 만난다. PC·콘솔 플랫폼에서 구동된다. 엔씨소프트는 공식 출시 사흘 전부터 사전 다운로드를 시작했다. 사전 생성된 캐릭터도 20만개 이상이다.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길드원 모집’ 공고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컴퓨터 사양을 묻는 질문들도 눈에 띈다.
TL은 엔씨가 2012년 ‘블레이드 앤 소울’ 이후 11년만에 내놓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작품이다. 2019년 초창기 ‘프로젝트 TL’로 불렸던 게임 개발에는 약 4년 반이 걸렸다. 중도 무산된 프로젝트들까지 합치면 준비기간만 10년 이상이다. 업계 추정 개발비용은 1000억원 가량. 통상 1억원이 넘는 개발자 몸값에 지식재산권(IP) 비용은 높아지는 추세다. 지금도 2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붙어 게임을 가다듬고 있다. 김 대표 역시 프리뷰 영상에 직접 등장하거나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하며 홍보대사를 자처해왔다..
TL은 수차례 고사 위기를 넘겼다. 가장 큰 위기는 지난 5월 국내 베타테스트에서 혹평을 받았을 때다.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 반응은 참혹했다. TL 개발을 이끄는 안종옥 PD는 ‘프로듀서의 편지’에서 "베타테스트에서 드러난 게임의 문제점은 정적인 전투와 지루한 성장"이라며 자동 사냥과 자동 이동을 제외한 이유를 밝혔다. 직접 컨트롤하지 않아도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자동 사냥 기능은 핵심 고객층인 4050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들이 선호하는 기능이다. 대신 성장속도를 높였다. 또 이동할 때도 일반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해 전투에 역동적인 재미를 부여했다.
TL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 동력이다. 김 대표는 먼저 국내서 팬덤을 쌓은 후 아마존과 협력해 해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콘솔 플랫폼을 선택한 것도 북미권 이용자에게 인기가 높아서다. 김택진 대표는 작년 12월 “모바일에서 느낄 수 없는 가치와 감성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해외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큰 사업모델(BM)인 P2W 방식을 포기하고 확률형 아이템도 과감히 뺐다. 특유의 BM은 한국 2030 남성 소비자들도 비판해 온 대목이다. 현재 판매가 종료된 TL 사전구매 패키지 가격은 4만9900원 수준이다. ‘성장 패스’는 2만9900원, ‘배틀 패스’는 1만9900원으로 리니지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게임이 시장에 안착하면 다음 목표는 해외 경쟁력 제고다. 엔씨의 해외 매출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경쟁사인 크래프톤은 94%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어려운 게임업계를 보면 해외 매출에 따라 표정이 다르다”며 “이제 국내 매출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해외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나와줘야 한다”고 전했다. 엔씨 주가는 6일 종가 기준 26만5000원으로 2021년 이후 줄곧 하락세다.
한편, 엔씨는 내년 중 ‘배틀크러쉬’, ‘프로젝트 BSS’, ‘프로젝트G’ 등도 선보인다. 출시일은 미정이나 ‘오딘’, ‘에버소울’, ‘아키에이지 워’ 등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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