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부동산 싹쓸이에 나섰던 해외투자자들이 최근 상업용 건물을 팔아치우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초저금리와 엔저를 기반으로 호황기를 맞이했던 일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올 초부터 지난 9월까지 일본에서 8300억엔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부동산 매각액은 1조500억엔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액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들이 매도 우위로 돌아선 것은 2019년 이래 4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일본 부동산을 싹쓸이했던 일부 해외펀드가 상업용 부동산 매각에 나서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도 지난 9월부터 대형 오피스 빌딩 매각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GIC는 내년 3월 매각 완료를 목표로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대형 상업용 빌딩인 시오도메 시티센터의 매각 입찰을 개시했다. 시장에서는 매각 액수가 3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GIC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일본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으면서 일본의 부동산을 사둘러 매각해 손실분을 메우려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 기업인 미키상사에 따르면 도쿄 도심 5개 구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6.10%로, 공급 과잉 기준이 되는 5%대를 33개월 연속 웃돌았다. 상업용 부동산 평균 임대료는 1평당 1만9741엔을 기록하며 종전 최고치였던 2020년 7월(2만3014엔)에 비해 14%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5구의 상업용 건물 임대료는 지난달까지 3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의 대규모 금융완화정책 종료를 점치고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철폐할 경우 저금리와 엔저를 활용해 부동산을 매입하던 해외투자자들은 이전만큼 큰 수익률을 얻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미쓰비시UFJ 신탁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만 해도 해외투자자들의 88%는 일본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올해 들어 해당 수치는 28%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는 "주택을 포함한 일본의 전체 부동산 투자는 견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부동산투자신탁에서 상업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만 40%에 달한다"며 "BOJ가 금융 정상화에 돌입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완화정책에 기댄 해외 자본의 투자 양상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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