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넷플릭스의 1강 체제였던 국내 OTT 시장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기존 '1강 3중(넷플릭스, 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에서 '2강 1중(넷플릭스·합병법인, 쿠팡플레이)' 구도로 재편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내 모든 지상파, 종편, tvN 등 CJ ENM 계열 채널까지 모두 OTT 하나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OTT 업계 관계자는 29일 "CJ ENM(티빙의 모회사)과 SK스퀘어 (웨이브의 모회사)가 빠르면 다음 주에 합병을 골자로 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한다"며 "본계약은 내년 초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 최종 합의안을 작성하고 있는 만큼 양사는 말을 아꼈지만 사실상 합병을 추진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계약 주체는 SK스퀘어와 CJ 지주사다.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인 판단으로 합병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합병 법인의 최대 주주는 CJ ENM, 2대 주주가 SK스퀘어가 되는 구조다. CJ ENM측은 "OTT 사업자로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다양한 관점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빙과 웨이브는 그간 꾸준히 합병설이 제기돼왔다. 각자도생으로는 '1강' 넷플릭스를 상대로 생존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적자 규모도 갈수록 커졌다. 티빙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1년 762억원이었고, 지난해 1191억원이었다. 웨이브 역시 2021년 영업손실 558억원, 지난해 1217억원이다. 올해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이들의 모기업인 SK스퀘어와 CJ ENM 역시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OTT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이용자 수 기준 넷플릭스와 맞먹는 'OTT 공룡'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지난달 기준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넷플릭스가 1137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쿠팡플레이(527만명), 티빙(510만명), 웨이브(423만명)가 뒤를 이었다. 티빙과 웨이브 이용자 수를 합치면 933만명으로 단숨에 1위에 맞먹는 2위로 발돋움한다. 티빙과 웨이브의 월 합산 사용 시간 역시 약 9029만시간으로 넷플릭스(1억시간)에 육박한다. 물론 중복 이용자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그간 국내 시장은 OTT 기업의 투자 대비 규모가 작았다.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넓혀 적자를 타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며 "콘텐츠 측면에서도 기존에는 각 사가 배타적으로 거래했지만, 합병으로 이용자가 통합 플랫폼으로 모이면서 이용자 편익도 증가하고, 가입자를 확보하기도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합병으로 가는 길에 아직 걸림돌은 남아있다. 일단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한 CJ 내부에서 합병을 반대하는 의견도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웨이브가 2019년 발행한 5년 만기, 2000억 규모의 전환사채(CB)도 합병 법인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결국은 이뤄지지 못한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이 문제 때문이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