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교촌치킨 왜 작아? 배달시간 왜 느려?...‘교촌1991스쿨’ 직접 가보니

치킨 조리 체험 프로그램
생닭 튀기니 무게 줄어
1·2차 튀기고 ‘성형’도
3-3-3 붓질 70번 이상

“교촌치킨이 가장 많이 듣는 오해는 중량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 너무 적다는 점과 배달 시간이 너무 느리다는 점인데 오늘 왜 그런지 이유를 다 밝혀드리겠습니다.”

교촌1991스쿨에서 만들어진 교촌치킨 제품과 교촌에프앤비의 문베어링 맥주. 사진=문혜원 기자

교촌1991스쿨에서 만들어진 교촌치킨 제품과 교촌에프앤비의 문베어링 맥주. 사진=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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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정구(鼎九)관’에서 교촌치킨의 전 조리 과정을 ‘교촌 1991 스쿨’을 통해 선보인 도민수 교촌에프앤비 아띠교육팀장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힘줘 말했다.


교촌 1991 스쿨은 본래 교촌 치킨 신규 가맹점주들이 2주간 합숙하며 매장 개점을 위한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3월부터는 대학생, 주부, 청소년, 사회소외계층 등 다양한 소비자들이 직접 조리부터 포장까지 제조 과정을 체험하며 브랜드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구성이 확대됐다. 고객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브랜드 친밀감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날 치킨 조리 실습은 정구관 3층 조리교육장에서 진행됐다. 원재료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다소 냉한 기운이 느껴지는 교육장에 들어선 실습 체험자들을 처음 맞이한 건 뽀얗고도 붉은빛을 띠는 숙성된 생닭이었다. 교촌치킨은 부드러운 육질의 치킨을 제공하기 위해 주문 전 24~48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교촌치킨은 900~1000g의 닭을 쓴다. 이날 준비된 닭고기를 저울에 재보니 935g이었다.

29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정구(鼎九)관’에서 진행된 '교촌 1991 스쿨'에서 실습 체험자가 반죽에 손질된 닭고기를 넣고 버무리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29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정구(鼎九)관’에서 진행된 '교촌 1991 스쿨'에서 실습 체험자가 반죽에 손질된 닭고기를 넣고 버무리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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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튀김용 믹스 제품과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들었다. 교촌치킨은 얇은 튀김옷을 입혀 바삭한 맛을 내기 위해 반죽을 묽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허니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촌치킨의 제품들은 다른 업체들보다 튀김옷이 상대적으로 얇은 편이다.


믹스된 반죽에 생닭을 넣어 골고루 묻힌 뒤 180도 고온으로 달궈진 기름이 가득 들어있는 솥에 넣으니 교육장 안에는 금세 맛있는 치킨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주의할 건 기름이 튀지 않도록 생닭을 집은 집게를 기름 속에 깊숙이 넣는 것이다. 또 21개의 치킨 조각들이 들러붙지 않도록 이른바 ‘분산 투입’을 하는 것이 좋다. 도 팀장은 “솥 안의 빈 곳에 가능한 일정한 간격으로 치킨 조각들을 분산시켜서 넣으면 조각들이 서로 붙지 않아서 더 잘 튀겨질 수 있고, 기름이 잘 빠져서 눅눅해지지 않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29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정구(鼎九)관’에서 진행된 '교촌 1991 스쿨'에서 도민수 교촌에프앤비 아띠교육팀장이 1차로 튀겨진 치킨 조각들의 튀김 부스러기를 털어내는 이른바 '성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29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정구(鼎九)관’에서 진행된 '교촌 1991 스쿨'에서 도민수 교촌에프앤비 아띠교육팀장이 1차로 튀겨진 치킨 조각들의 튀김 부스러기를 털어내는 이른바 '성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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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분간 조리 후 건져낸 치킨 조각들은 교촌치킨만의 ‘성형 작업’을 거쳤다. 성형 작업은 1차 튀김을 마친 치킨 조각들을 뜰채에 담고 앞뒤로 흔들어 겉면에 붙은 튀김 부스러기를 정리해주는 작업이다. 이는 치킨 조각들의 모양을 매끈하고 예쁘게 해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기구멍을 통해 2차 튀김을 할 때 남은 닭고기 속 기름과 수분이 빠져나가게 해줘 더 바삭한 맛을 내게 해준다는 게 도 팀장의 설명이다.


2차 튀김 과정까지 끝낸 치킨은 중량이 935g에서 644g으로 줄어들었다. 기름과 수분이 무려 300g 가까이 차지했던 것이다. 이 기름과 수분이 제거되면 눅눅한 맛이 덜해져 더욱 바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촌치킨은 이런 과정을 꾸준히 거치고 있다.

29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정구(鼎九)관’에서 진행된 '교촌 1991 스쿨'에서 실습 체험자가 소스를 붓으로 바르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29일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정구(鼎九)관’에서 진행된 '교촌 1991 스쿨'에서 실습 체험자가 소스를 붓으로 바르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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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치킨 조각마다 하나하나 붓질을 통해 소스를 입히는 이른바 ‘3-3-3’ 작업이다. 양념에 붓을 3cm 담그고, 묻은 양념을 세 번 털고, 세 번씩 바르는 교촌만의 독특한 조리 방식이다. 치킨 한 마리당 21조각이 제공되는 만큼 제품당 평균 70회 이상의 붓질을 해야 제품이 완성된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교촌치킨의 배달 시간이 늦어지는 주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하지만 교촌은 30여년 간 이같은 방식을 단 한 번도 바꾸지 않고 고수하고 있다. 이날 직접 체험해본 결과 잠시 21조각에 모두 붓질을 하는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팔에 쥐가 날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


도 팀장은 “이 작업은 교촌만의 시그니처로서 다른 경쟁사들의 통에 치킨을 넣고 터는 방식 등과는 달리 붓으로 소스를 바르는 작업을 통해 소스가 치킨 조각 곳곳에 스며들기 때문에 소스 고유의 맛을 훨씬 더 잘 낼 수 있다”면서 “각 가맹점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하루에 평균 80마리 이상 조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닭을 숙성시키는 과정부터 치킨 한 조각, 한 조각에 붓질을 하는 것까지 모든 작업에는 정도경영(正道經營)이라는 철학을 지키고자 하는 창업주 권원강 회장의 뜻이 담겨 있었다.


교촌은 앞으로 교육센터를 평일 뿐 아니라 주말 교육까지 마련하고, 참가자 범위도 유치원,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으로 더 넓혀갈 방침이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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