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교권 침해 사태 이후 논란이 된 '학생인권조례' 개정 예시안을 교육청에 배포했다. 서울시·경기도 등 각 교육청의 현행 학생인권조례와 달리, 교육감·학교장·학생·교원·보호자 등 교육 주체별로 권리와 책임을 명시하고 민원 및 갈등 처리 방식을 구체화했다. 다만 각 시·도교육청이 이미 개정안을 마련한 데다, 학생을 중심으로 마련된 기존 조례안보다 범주가 넓어지면서 실제 조례안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29일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 교육부는 "이번에 마련된 조례 예시안은 상호 존중하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감과 학교장의 책무,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각각 균형 있게 규정하는 한편, 학교구성원간 민원 및 갈등이 발생하였을 경우 처리 및 중재 절차 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생인권조례 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경기도교육청 등에선 이미 기존 조례안에 '학생의 책임과 의무'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이 예시안을 참고해 개정에 반영하라는 취지로 이번 예시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각 시의회, 도의회 차원에서 개정안 반영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광주·서울·전북·충남·제주교육청에 각기 제정돼 있다.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학생 인권을 중심으로 차별·폭력·교육·사생활·양심·종교 등 권리가 명시돼 있다. 또 학생인권침해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등의 대응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교육부가 제시한 학생인권조례 예시안은 기존 학생인권조례와는 큰틀에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학생 인권'에 초점을 맞춘 현행 조례안과 달리, '학교 구성원'으로 범주를 넓혔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상호 존중하는 학교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교육감과 학교장의 책무, 교육 3주체(학생·교원·보호자) 등 학교 구성원들의 권리와 책임을 정립했다.
또 교육부 예시안에는 각 구성원의 책무와 권리를 명시하고, 학교구성원 간 갈등을 예방하는 방법을 담았다. 또 민원 처리 절차, 교육활동 침해행위 대응, 갈등의 중재 등 민원과 갈등 처리 방식을 포함했다.
하지만 범주를 넓히면서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학생인권조례에 명시돼 있던 사생활, 휴식권, 성소수자, 종교 등 학생의 보편적 인권에 대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측은 "기존의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학교 생활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보편적 인권을 규정하고 있는 조례가 많았다"며 "또 학생들의 권리만 강조돼 있고 책임에 대해선 강조돼 있지 않아 책임을 경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각 교육청에서도 교육부 예시안과 기존 학생인권조례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예시안으로 제시한 건 기본 조례에 해당한다"며 "서울시의회 논의 과정에서 교육청에서 낸 개정안과 별도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도 "교육부 예시안은 공동체(학교 구성원 관련) 조례"라며 "기존 인권조례를 그대로 개정한다는 시각, 전혀 다른 조례라는 시각 등 의견이 다양해서 내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학생 인권만 과도하게 강조해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된 학생인권조례를 개선하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예시안 내용은 상위 법령에 명시돼 있는 사항이 대부분인 만큼 굳이 다시 조례에 규정하기보다는 '뉴욕시 학생의 권리와 책임장전'처럼 학생인권조례 개선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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