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단 행정망 장애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 제한을 푸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이 여전히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업계는 저가 발주 개선 및 잦은 과업변경 중단, 공공 SW 사업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3년 도입된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지난 6월 이 방안을 공개하고 사업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가 이뤄진다고 해도 최근 잇따른 행정망 장애로 하락한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 신뢰도가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1000억원 이상의 공공 SW 사업에만 대기업 참여를 검토한다는 입장인데, 이 정도 대규모 사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예외 심의를 293건 진행한 결과 이 중 1000억원 이상은 6.5%인 19건에 불과했다. 그중 16건이 예외 인정을 받아 대기업이 수행했다.
현재 관련법은 중소·중견 시스템통합(SI)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입찰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국가 안보나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신기술 분야는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지만, 컨소시엄 구성의 절반 이상을 중소기업에 할당해야 한다.
대기업인 SK C&C가 컨소시엄을 꾸린 우정사업본부 차세대 금융 시스템 구축 사업과 LG CNS 컨소시엄이 개발을 맡았던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도 개통 직후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선례가 있어, 대기업 참여 제한이 이번 사태의 본질적 원인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안홍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이번 행정망 장애는 하드웨어가 문제라고 정부가 발표했다"며 "하드웨어 문제는 사업을 진행한 기업 규모와 관계없는 기본적 문제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참여 제한이 행정망 장애 사태를 일으킨 본질적 원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 SW 사업 입찰제도는 기술 비중 80%, 가격 비중 20%로 평가하는데 기술로는 큰 차별화가 어렵다 보니 사실상 입찰 가격이 당락을 좌우한다. 결국 적정 대가 이하의 입찰 경쟁이 품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잦은 과업변경도 문제다. 공공 SW 구축 사업은 발주처의 과업변경 요구가 수시로 나온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국정감사에서 "법으로 과업심의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과업변경시 수행사들이 요구하는 계약변경이나 금액조정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예산은 오히려 삭감된다"고 지적했다. 안 실장은 "기본적으로 공공 SW 사업 예산을 증액하고, 잦은 과업변경으로 품질이 낮아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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