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웨어러블 형태의 일회용 인슐린 펌프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이오플로우가 경쟁사의 소송에 휘말렸다. 더불어 이오플로우 창업주인 김재진 대표가 대출을 갚기 위해 보유 중인 주식을 매각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이오플로우를 인수하려던 미국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메드트로닉은 소송 추이를 보겠다며 인수합병(M&A) 계약 이행을 미루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오플로우 주가는 지난 16일 거래를 재개한 이후 7거래일 동안 56.5% 하락했다. 2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오플로우는 웨어러블 의료기기 개발·제조 업체다. 미국 인슐렛에 이어 두 번째로 인슐린 펌프를 상용화했다. 인슐린 펌프는 신체에 부착해 24시간 소량의 인슐린을 계속 투여하는 스마트 의료기기다. 이오플로우는 이오패치 제품에 대해 2017년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아 2021년 4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2021년 5월 유럽 CE 인증을 받아 지난해 10월부터는 유럽에서도 팔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1일부터 이오플로우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경쟁사인 인슐렛이 제기한 해외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결과다. 미국 법원의 가처분 인용에 대해 이오플로우 측은 인슐렛의 소송이 전 세계 유일한 웨어러블 패치 펌프 경쟁사인 이오플로우에 대한 메드트로닉의 인수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주요 사업부문 영업 정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는 이오플로우 거래를 정지한 후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오플로우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16일부터 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 거래를 재개한 당일 한국투자증권은 담보로 잡고 있던 김재진 대표 주식 가운데 66만4097주를 장내에서 매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김 대표 보유주식 366만주를 담보로 200억원을 빌려줬다. 대출 계약은 지난달 31일 만기가 도래했고 주식 거래가 재개되면서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23일 대출금융기관의 채권회수 조치에 따라 담보제공 주식 중 일부를 장내에서 매각해 주식담보대출 100억원을 상환했다고 공시했다. 잔여 대출금액은 100억원이고, 188만6793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잔여 대출금액 관련해서는 다음달 15일까지 담보권 실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한 사실이 23일 알려졌고, 주가는 이튿날인 24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과 메드트로닉사와의 M&A 등 불확실성 우려를 이해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드트로닉사와의 계약에 의해 최근 회사나 본인 주식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시장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잔여 대출 100억원에 대해서는 대환을 포함해 시장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오플로우는 미국 법률대리인을 통해 정식으로 미국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소를 제기했다. 현재 진행 중인 본안 소송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가처분에 대한 항소는 연방정부 법원에서 3인의 판사가 법리 위주로 검토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인슐렛사가 스스로 주장하는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충분한 조처를 하지 못한 점과 인슐렛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점 등을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본안 소송에서는 이오플로우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했다는 것을 증빙자료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오플로우는 일회용 웨어러블 펌프를 만드는 가장 핵심 기술인 구동부에 대한 다툼이 없다는 점에서 인슐렛의 소송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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