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가 정점을 지났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궁금해 했고, 상당 기간 고금리가 이어질 거라는 게 중론이었는데 말이죠. 시장의 기대감이 급변한 이유는 뭘까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FedWatch)’를 보면 달라진 기대감이 확연히 보입니다. 페드워치는 연방기금 선물가격을 기초로 미국의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죠. 25일 기준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가오는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 5.25~5.50%를 동결할 확률은 95.5%로 나타납니다.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거라는 예측은 4.5%에 불과합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금리인하 시점은 내년 2분기로 점치고 있습니다.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될 거라는 의견은 39.7%로 동결(46.3%)보다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6월 회의의 경우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43.0%로 동결(26.1%) 전망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심지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은 4.75~5.00%로 보는 시각도 23.8%나 되죠.
금융기관에서도 2분기 금리인하설이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경제분석팀이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는 연준의 첫 금리인하시점이 2024년 6월로 제시됐습니다. 9월에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것이라고 분석했고요.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는 이보다 이른 3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거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죠.
한 달 전만 해도 이 정도로 기대감이 크진 않았습니다. 페드워치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69.1%뿐이었습니다. 오히려 0.25%포인트 오를 거라는 예상이 29.3%에 달했습니다. 6월에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거라는 기대감(35.6%)보다 동결될 거라는 전망(35.8%)이 소폭이나마 우세했죠.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재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전망하고 있지만, 9월만 해도 추가인상 전망을 유지하고 있었죠.
시장 전망이 바뀐 건 높았던 미국의 물가가 서서히 잡혀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3.2%를 기록했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3.3%보다 낮았죠.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 3.7%와 비교해도 0.5%포인트 낮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 수준이었습니다. 10월 물가가 한 달 전보다 더 오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3.6%로 9월 3.7%에서 감소했고요.
무엇보다 시장 참여자들은 근원물가상승률에 주목했습니다. 근원물가상승률은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계산한 지표입니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죠. 10월 근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과 비교했을 때 4% 올랐습니다.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었고, 시장 예상보다도 낮았죠.
게다가 일부 부문에서 ‘디플레이션’ 징조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미국을 뒷받침하는 주요 경제부문은 소비입니다. 통상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들 하죠. 그런데 가장 최근 지표인 10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1% 줄었습니다. 미국 소비가 마이너스를 보인 건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죠. 월마트 최고경영자(CEO)인 더그 맥밀런은 “내년을 내다본다면 미국 월마트는 디플레이션 환경에 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금리인하 시점을 맹신해 섣부른 투자에 나서는 행동은 지양해야 합니다. 금융시장과 투자시장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과하게 반영됐다는 지적이 있거든요. 이번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투자자들의 섣부른 금리인하 예측은 여러 차례 빗나갔습니다. 만에 하나 과한 기대감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 기미를 보이면 인하시점 예측이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있고요.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난해 이후 실질금리가 정체하거나 내릴 때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했다”면서 “연준은 이 때문에 매파적 기조를 다시 강화한 적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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