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2일부터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가운데 여야간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제 자리를 걷고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입장을 굳힌 반면, 선거법 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수하는 일부 의원들이 위성정당 방지법 도입을 요구하고 있어 당론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과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선거법과 관련해)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로 뽑는 비례대표를 지역구 의석과 연계하는 방식인 연동형과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를 각각 뽑는 병립형 방식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연동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연동형이 지난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데다, 비례성과 소수정당을 배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극화된 한국 정치에서 군소정당의 역할을 넓혀 타협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꼽았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연동형 선거제도가 정치 퇴행을 초래했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선거에서 크게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이나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 등 같은 제3지대 신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장애물이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 '자매정당' 논란 등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탄희 민주당 의원 등이 연동형 사수 방침을 밝히면서 당론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정신은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라면서 "국민과 약속했던 연동형 선거제도를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도 촉구하고 있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 53명은 이날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화를 요구했다.
위성정당 방지법은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공직선거법’과 이 의원이 제출한 ‘정치자금법’이다. 김 의원의 법안은 지역구 후보자를 내는 정당은 지역구 후보자 추천 비율의 20%의 비례대표 후보자로 반드시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위해 비례후보를 내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의원의 법안은 위성정당이 선거일로부터 2년 이내 합당하는 경우 정당에 대한 경상보조금을 50% 감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두 법이 패키지로 처리되면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에 각각 5명 이상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만 선거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을 발의했다. 비례대표만 추천한 위성정당에는 선거보조금을 아예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과 심 의원은 지역구 투표용지와 정당투표용지를 구분한 뒤, 정당투표용지에 후보자를 배출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정당의 기호와 정당명을 정당투표용지에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을 발의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도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 범위 내 30% 이상을 추천한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 범위 내 30% 이상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입법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 원내대표는 위성정당 방지법과 관련해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만 있다면 위성정당을 없애는 건 저도 100% 찬성한다"면서도 "원천적으로 차단이 만만치가 않다"고 했다. 위성정당 방지법은 연동형 비례대표 유지를 전제로 하는데 국민의힘은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성정당 방지법은 아직까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법안조차 상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결국 연동형과 병립형이 절충되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를 맡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난번 선거에서 47석 비례대표 중에 17석은 병립형으로 하고 30석은 연동형으로 했었다. 이번에는 그 캡이 풀려서 47석 전체가 연동형이 된다"면서 "(다음 총선도) 예전처럼 캡을 씌워서 1당과 2당 거대 양당이 차지할 수 있는 비례대표의 퍼센티지를 일정하게 제한하면 소수정당들과 원외 정당들이 진출할 기회가 생긴다"고 언급했다. 연동형과 병립형을 유지하는 틀 속에서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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