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물가상승률 둔화를 기점으로 증시가 전반적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러나 보험 업계 주가는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말 배당시즌에는 통상 배당성향이 높은 은행·보험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지만, 올해 새로 바뀐 회계기준 및 거시경제, 당국 규제 등 탓에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총 28개 KRX 지수 중 27개 지수가 올랐고, 보험 지수만 유일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대비 KRX 보험 지수는 3.55% 하락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상승률이 10.2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증시 흐름에서 '나홀로 역주행' 한 셈이다. KRX 반도체는 15.89% 올라 전체 KRX 지수 중 상승폭이 가장 컸고, 이어 KRX 기계장비(15.64%)·KRX 300 산업재(13.42%)·KRX 에너지화학(13.14%)·KRX 300 소재(13.08%) 등 순이었다.
KRX 보험 지수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10개 보험사 종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모든 종목이 코스피 상승률을 밑돌았다. 그중 DB손해보험은 이달에만 주가가 7.96% 떨어지면 낙폭이 가장 컸다. 삼성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 등 6개 종목 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상 보험주는 은행과 함께 대표적 배당주로 꼽힌다. 아울러 지난 3분기까지 보험 업계 실적도 기존의 우려 대비 양호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올해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IFRS17 도입에 따라 앞으로 인식할 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이 주요 투자지표로 떠오르면서 신계약 확보가 매우 중요해졌다.
하지만 내년 보험 업계의 신계약 성장은 다소 둔화할 전망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단기납 종신 등 절판 마케팅, 2022년 말부터 증가한 저축성 보험 등 기저효과에 기인한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올해와 유사하거나 소폭 낮은 신계약 CSM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치가 시장 예상을 하회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좀 더 당겨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 점도 보험사 주가에는 악영향을 줬다. 증시 자금이 이차전지, IT 등 성장주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경기 방어주로 분류되는 보험업종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적 호조가 배당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최근 이어진 주가 하락에도 주당배당금(DPS)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기대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IFRS17 도입 첫해인 만큼 DPS 증가는 다소 보수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는 보험 업계가 내년에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배당주'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변수로는 금리 하락 및 배당 규제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IFRS17 도입으로 금리 변화에 따른 실질적 펀더멘털 변화가 과거 대비 축소되면서, 단기 급격한 배당 증액보다는 중장기 안정적인 배당 증가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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