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부발역 일대에 한미 병력이 집결했다. 호국훈련의 일환인 급조폭발물(IED) 제거 훈련을 위해서다. 우리 육군 7군단 예하 7공병여단 장병들과 미군의 위험성 폭발물 개척팀(EHCT) 등 30여명이 모였다. 각종 장비도 동원됐다. 미군은 지뢰제거무인장비와 지뢰방호 장갑차(MRAP)까지 배치했다. MRAP은 지뢰와 IED에 대비해 차체 바닥을 V자로 제작한 특수 차량이다. 차체 바닥을 V자로 만든 이유는 차량 바로 밑에서 지뢰가 폭발했을 때 충격을 양쪽 옆으로 분산시킬 수 있어서다. MRAP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뢰와 IED에 의한 미군 피해를 현격히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IED는 포탄이나 폭탄, 휘발유 같은 기존 폭발물에 여러 가지 원격 장치나 뇌관을 부착해 사용하는 무기다. 도로변 경계석이나 쓰레기통, 페트병, 죽은 개 등에 설치해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침투에 난항을 겪는 요인 중 하나가 IED다. 지난 6월 이스라일군이 공격한 제닌의 난민촌에서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군 차량이 IED 공격을 받아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 연정내 강경파들은 강력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미군도 IED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군과 연합군을 가장 괴롭힌 것은 첨단무기가 아니라 IED였다. 오스틴 장관도 최근 ABC 주말 시사 대담 ‘디스위크’에서 "시가전(urban combat)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라며 "앞으로 이스라엘은 다수의 IED로 인해 쉽게 전진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훈련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부발역 외곽과 내부에 가상의 IED 3개를 찾아 제거하는 임무다. 훈련에 투입된 육군 7군단 예하 제7공병여단 장병들은 지뢰탐색 제거기를 사용해 지하철 주변 화단 등 역사 외곽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미군 장병들도 자전거 보관함 등을 샅샅이 살폈다. 표정은 진지했다. 미군도 IED의 파괴력을 해외 파병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순간 장병들이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반대쪽에서 IED를 발견한 것. 폭발에 대비해 무장 방패를 들고 있는 미군 장병 4명이 전진했고 한미장병의 일렬도 뒤를 따랐다. 휴지통 안에 장착된 폭발물은 뚜껑을 열지 못해 지뢰제거로봇이 출동했다.
로봇은 휴지통을 들고 지하철역에서 30m가량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다. 한미 장병들은 다시 역사 안으로 진입했다. 시민들이 앉는 의자 밑에서 조그마한 종이박스를 발견했지만, 완벽히 봉인된 박스는 해체가 어려웠다. 박스 안에 내시경 투입도 힘들었다. 한국군 장병은 박스의 흔들림을 막기 위해 테이프로 바닥에 박스를 고정하고 구멍을 냈다. 내시경을 삽입하고 폭발물을 확인했다. 이어 종이상자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젖어가는 곳을 칼로 조심스럽게 오려냈다. 15분간의 씨름 끝에 장병은 무전을 했다.
“해체 완료”.
이어 한미 장병은 조심스럽게 지하철을 타는 승강장까지 다가갔다. 발견한 것은 승강장 인근에 버려진 가방. 한미 장병은 2인1조로 무장방패를 앞세우고 다가갔다. 우리 군 장병은 무장방패 사이로 손을 내밀고 가방에 폭탄의 일종인 TNT(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인지를 확인했다. TNT 성분 확인을 위해 가방 겉면을 간이검사 스티커로 여러번 찍어봤다. TNT였다. 한미 장병은 즉각 무전을 하고 역사 밖으로 후퇴했다. 이번에도 등장한 것은 지뢰제거로봇. 승강장 끝에서부터 이동한 로봇은 가방을 들고 역사를 빠져 나갔다.
5일간 이어진 한미 IED 탐지·대응훈련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한미 장병은 훈련을 마치고 역사 앞에서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외쳤다. 7공병여단 최봉현 팀장(중사)은 "이번 훈련은 우리 팀원들의 전문성을 향상할 기회였고 한미간에 노하우를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11공병대대 티슈너 존(Tichenor Jhon·소위) 통로개척소대장은 "한미군이 협력해 다양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작전을 만들고 훈련하면서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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