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올해 경기도 김포시로 이사온 윤모(56)씨는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이슈에 대해 이같이 반문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빈 공약'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선거 때마다 무엇을 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예전 약속이나 먼저 지켰으면 좋겠다"면서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제발 싸우지 말고 제대로 일 좀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5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꺼내든 '메가시티 카드'로 인해 김포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김포시가 '서울시 김포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서울 편입을 희망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교통난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인 5호선 연장부터 처리해 달라는 요구가 뒤섞여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포시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대 총선 때 인구 상한선 기준에 따라 '김포시갑'과 '김포시을'로 지역구가 나뉘면서부터다. 김포시의 의석수가 1개였던 17·18·19대 총선에선 김포시장을 지낸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내리 당선됐다. 유 의원이 인천시장 선거에 도전하며 공석이 된 이후에도 같은당 홍철호 당협위원장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갑·을로 분구돼 치른 20대 총선에서 여야가 나란히 지역구를 나눠가졌다. 김포시갑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포시을에는 홍철호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됐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석권했다. 김포시갑에서 첫 금뱃지에 도전한 김주영 의원이 52.88%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김포시을 역시 정치 신인 박상혁 의원이 53.83%를 득표하며 현역인 홍철호 당시 국민의힘 의원 의석을 가져왔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포시의 서울 편입 구상을 내놓은 것도 김포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포 주민들은 서울 편입에 대한 '찬반' 의견보다 쓰레기 매립 이슈·지하철 5호선 연장·GTX-D 완공 등 다양한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김포시를 찾은 지난 16일은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이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특별법은 김포시를 서울시의 관할구역에 편입해 김포구를 설치한다는 내용으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5년 1월1일부터 김포는 서울시로 편입된다. 그러나 김포 주민들은 '교통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16일 기자가 김포로 이동한 오후는 비교적 한적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승차 대기줄부터 길게 줄서서 상하행 모두 좌석이 꽉 찼다. 김포 골드라인(김골라) 차량은 단 2량으로 운행되고 있어서 출퇴근 시간대에는 가장 악명높은 '지옥철'로 불린다.
원본보기 아이콘김포시갑에 포함된 사우동에서 만난 한모(63)씨는 "서울 살다가 3년 전 김포로 이사 왔는데, 교통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며 "눈 내리던 지난겨울, 도저히 전철(김포 골드라인)은 숨 막혀서 못 탈 거 같아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마저 김포를 오가는 길이 안 좋다고 거부했다"면서 혀를 찼다. '김골라'라고 불리는 김포 골드라인의 차량은 2량으로 만들어졌다. 수요 조사 과정에서 김포신도시 인구 증가를 고려하지 못해 출퇴근 시간대 혼잡률이 최대 280%대에 달한다. 기자가 이동한 오후는 비교적 한적한 시간이었지만, 상·하행 모두 이미 승차 대기 줄부터 길게 늘어져 있어 앉을 자리 없이 꽉 찼다.
사우동에서 정육점을 하는 송모(48)씨는 "그게 버스지 전철이냐"고 푸념했다. 송씨는 "정거장도 많지 않아 한 정거장당 8분 이상이 걸리고, 에스컬레이터도 너무 수직이라 노약자들이 굴러떨어지면 큰일난다"면서 "애초에 잘못 만들었다. 내년 총선에서는 지역에 따라 '무조건' 움직이는 것 없이, 인물과 정책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김포시을 지역인 운양동에서 만난 주민들도 단순히 '서울시 편입 vs 5호선 연장' 등 이분법적으로 나눠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운양동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는 A공인중개사 이모(45)씨는 "정당보다 후보를 보겠다"며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이 다 그런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민주당 지역구지만 그전에는 국민의힘 지역구였다"면서 "김포주민은 현명하다. 실익에 따라 균형을 맞추면서 표를 준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당을 보기 애매한 상황이다. 서울 편입은 총선용 관심 끌기이고, 특별법을 냈다고 해도 나중에 '민주당 때문에 통과 못 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그다음부터는 선거 때마다 갖고 올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편입 시 땅값 상승 기대감 분위기에 대해선 "저평가받은 게 조금 상승할 순 있겠지만, 그래봤자 서울 외곽 되는 거라 별로 관심이 없다. 전국적으로 매기가 죽었는데 김포가 대수냐"라고 반문했다.
반찬가게를 하는 심모(64)씨는 "정치가 너무 저질"이라고 했다. 그는 "간신히 코로나 시국서 벗어났는데 양당 하는 걸 보면 모두 마뜩잖다"면서 "싸움하다 망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손님 중 강성 민주당 지지자가 많다"며 "그런 분들은 무조건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보는데, 젊은 주부들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서울 편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서 5:5인 것 같다"고 했다.
16일 김포시 사우동에서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5호선 예타면제법안 민주당 당론 채택', 박진호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국토부 12월중 5호선, GTX-D 노선발표 예정'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김포시갑은 내년 총선에서 현역인 김주영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박진호 당협위원장이 맞붙을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역구에 '5호선 예타면제법안 민주당 당론 채택'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국민의힘만 찬성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박진호 위원장은 '국토부 12월 중 5호선, GTX-D 노선발표 예정'이라며 맞서고 있다.
김포시을에서는 박상혁 민주당 의원과 홍철호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이미 총선 경쟁에 돌입했다. 운양역 사거리를 비롯해 지역 곳곳에 박 의원은 '교통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고, 홍철호 위원장은 '서울시 편입 당론추진'을 내세웠다. 재선을 노리는 박 의원과 지역구 탈환에 도전하는 홍 위원장의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갑·을 지역구 모두 후보 등록(12월12일 시작) 전인만큼 출마 여부를 놓고 여전히 고심 중인 예정자들이 있어 한 달 후라야 본격적인 인물·정책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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