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자보호법 통과시 2·3금융권 영업 위축…취약차주 제도권 밖 내밀려"

은행법학회 '개인채무자보호법 쟁점과 과제' 정책세미나
"법 강제, 추심회사 재산권 침해 소지" 지적
자의적·모호한 개념…과잉금지 원칙 위반

채무자 상환능력 검토 등 법안 보완 제언
"채무자 재기에 필요한 제도" 기대도

취약차주의 연체·추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심회사 등 금융사를 규제하는 내용의 개인채무자보호법이 2·3금융권 영업 활동을 위축시켜 취약차주들의 제도권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은행법학회 주최로 열린 ‘개인채무자보호법(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의 쟁점과 과제 정책세미나’에서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는 “저축은행, 카드사 등이 최고금리에 육박하는 대출상품을 내놓는 고금리 시기에 개인채무자보호법으로 규제를 강화하면 2·3금융권 영업 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취약차주를 제도권 밖으로 몰아내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규제비용을 증가시키는데 현행 법정최고금리제도는 규제비용 증가분을 영업에 반영할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무자의 과도한 연체·추심 부담을 덜어주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2022년 12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으로, 채무자에 채무조정·추심중지요청권을 부여하고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올해 3월 입법예고 후 현재까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채무자 권한 부여로 채권추심회사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세미나 주제 발표를 맡은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자 면제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당사자 합의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법으로 강제해 이자를 면제하면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와 공급 원칙으로 결정돼야 할 채권가격을 떨어뜨려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심 연락 횟수를 제한(7일간 7회 초과 금지)한 조항에 대해서도 “규제 대상이 되는 추심연락 기준이 모호하고 채무자의 자발적인 연락 등 불가피한 연락도 횟수에 포함하고 있다”며 “채권추심자의 영업 행위를 과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과잉금지 원칙 위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미국의 ‘공정채권추심법’을 참고해 전화 연락만 추심횟수에 포함하고, 전자매체를 이용한 추심의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통신매체를 탈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채무자 보호 법안은 개인의 교섭력 부족이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한다는 차원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거나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제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법안은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채무액이 3000만원 이하(원금 기준)인 개인을 취약차주로 구분해 보호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데, 채무자의 재산 상황이나 신용 등 상환 능력을 좀 더 꼼꼼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으로 인한 기대효과도 언급됐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 채무자의 채무조정 요청권 도입으로 사적 채무조정이 활성화될 경우 채권회사의 부실채권 관리 목표가 ‘단기 회수 극대화’에서 ‘중장기 회수 극대화’로 전환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채무조정 수단 다양화로 채권회사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도 “법이 제정되면 추심 고통 완화, 채무부담 확대 방지 등 개인채무자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이자 면제는 채무자의 재기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며 개인 채무자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반론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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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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