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10월 물가 상승률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불과 1년 전 11%대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이 확실히 꺾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은 영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6.7%) 대비 2.1%포인트 감소한 연 4.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10월(4.2%) 이후 최저치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 하락폭은 1992년 4월 이후 가장 컸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연 6.1%에서 연 5.7%로 하락했다.
영국 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지난해 10월 11.1%까지 치솟았다. 정점을 찍은 물가 상승세는 이후 둔화하기 시작했지만,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영국 경제에 발목을 잡아 왔다.
영국 물가는 다른 주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보다 경기 전망 악화를 더 경계하기 시작했다.
한 외신은 "과거 급격한 금리 인상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 모두 극심한 침체가 수반됐고, 지난해부터 14차례에 걸쳐 이어진 공격적인 금리 인상 여파가 아직 실물경제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BOE 내부에서는 경기 후퇴가 가속화될 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BOE는 지난 9월에 이어 이달 초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로 2차례 연속 동결했다. BOE는 2021년 12월 유럽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긴축에 나선 뒤, 1년9개월 간 14회 연속 금리를 올리며 공격적으로 긴축 정책을 펼쳐왔다. 현재 기준금리는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바클레이스 프라이빗 뱅크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줄리언 라파르그는 "영국 경제는 여전히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에 직면해있고 앞으로 길은 계속 험할 것 같다"며 "BOE가 몇 달간 금리를 동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내년 6월에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연말까지 3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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