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인프라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

규제 산업인 헬스케어 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킨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앞에 서 있는 직접적인 신약, 디지털 치료기기(DTx) 등에 대한 주목도가 가장 높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이다. 제아무리 첨단의 기술이더라도 실제 사용하는 인프라는 여전히 펜과 종이에 그친다면 기술의 효용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강남구에서는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패밀리사' 중 의료 현장 인프라 개선을 위해 디지털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는 회사들을 소개하는 '브라운백 미팅' 행사가 열렸다. 이날 미팅을 진행한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헬스케어 플랫폼의 핵심은 상호 관계성"이라며 "가장 중요한 의사와 환자의 상호 관계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연결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 패밀리사들은 직접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인프라를 개발하는 곳"이라며 "전임상과 임상 인프라, 전자의무기록(EMR)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에 나선 액트노바, 제이앤피메디, 세나클소프트 모두 디지털을 통해 단계나 절차를 줄임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의 '브라운백 미팅' 행사에서 김대건 액트노바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의 '브라운백 미팅' 행사에서 김대건 액트노바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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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발표를 맡은 액트노바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비임상 시험 동물모델 행동 모니터링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기존의 비임상 동물실험은 신경·정신질환에 대해 이뤄질 경우 이를 연구원이 오랜 시간 육안으로 관찰하고 증상을 평가했다. 자연스레 연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데 비해 계량화는 어려워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김대건 액트노바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과정을 AI로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아닌 AI 딥러닝을 통해 AI가 쥐의 특정 행동 횟수를 자동으로 계산해 평가하는 솔루션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연간 기준 비임상 인건비를 75% 절약할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으로도 진출해 연 매출 20억원 달성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의 '브라운백 미팅' 행사에서 이재현 JNP메디 이사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의 '브라운백 미팅' 행사에서 이재현 JNP메디 이사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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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표 기업은 최근 업계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분산형 임상시험(DCT)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JNP메디였다. 이재현 JNP메디 이사는 "글로벌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의 70%가 임상에 쓰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전통적인 임상시험 방법론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JNP메디가 내놓은 솔루션은 디지털 기반의 임상 운영 및 데이터 관리 솔루션 '메이븐 클리니컬 클라우드'다. 임상시험 데이터 수집 관리를 위한 '메이븐 CDMS'를 중심으로 그 앞뒤에 수기로 작성하던 임상 문사들의 데이터화(메이븐 독스), 이상 반응 관찰과 규제기관 보고서 제출(메이븐 세이프티) 등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결합한 시스템이다.


다만 전면적 DCT는 아직 국내에서는 규제 문제로 실행이 어려운 상태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과 관련해서만 예외적으로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대상자 동의, 사전·중간·사후 평가 등 전 과정에 대한 DCT 적용이 가능한 상태다. 올해 승인을 받은 웰트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DTx) '웰트-I'도 완전한 DCT를 추진했지만 규제 문제로 환자 동의 등은 오프라인 시험기관에 내방해야 하는 등 일종의 '하이브리드' DCT로 진행된 이유다. 이 이사는 "웰트-I의 기존 임상 대비 소요 시간 50% 단축, 임상시험 기관 방문 횟수 66% 감소, 대상자 이탈률 40% 감소 등의 개선을 이뤄냈다"며 "DCT 확대를 위해 규제 개선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의 '브라운백 미팅' 행사에서 위의석 세나클소프트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의 '브라운백 미팅' 행사에서 위의석 세나클소프트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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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발표를 진행한 위의석 세나클소프트 대표는 EMR과 개인건강기록(PHR)을 클라우드를 통해 연계하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위 대표는 "디지털헬스케어는 의사와 환자가 무슨 말을 나눴는지에 대한 관심"이라며 "이를 챙기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려 했지만 이 데이터가 모두 EMR에 있다 보니 만들 수가 없었다"고 솔루션 개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세나클소프트가 만든 EMR '오름차트'는 모든 게 클라우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시·공간의 제약이 없고 전용 원내 서버도 필요 없다고 위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이 '퇴근을 결심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넘어 PHR과 연계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 대표는 이를 통해 "환자가 측정한 데이터를 통해 환자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의사가 알게 해주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내원하기 직전이나 병원에서만 재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혈압·혈당 등을 환자가 재도록 하고, 정상범위를 넘어설 경우 병원을 찾지 않더라도 의사에게 경고가 전해지는 정밀·예측 의료도 가능케 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최근 다녀온 병원, 보험금 청구 등 다양한 편의 기능도 넣겠다는 설명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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