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림엔터테인먼트는 13일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진주'를 연재한다. '통', '독고' 등 거친 액션 웹툰을 그려온 백두(백승훈) 작가의 신작이다. 부산 조직폭력배 보스였던 진주현이 안암 진단을 받고 은퇴해 고향 진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악연을 떼어내지 못해 생기는 절체절명 위기와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부드러운 순애보를 동시에 전한다.
창작에는 래퍼 타이거JK도 참여했다. 웹툰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음악으로 풀어낸다. 연재와 함께 공개된 첫 곡은 '진주.' 타이거JK가 작사·작곡·노래하고, 윤미래가 피처링했다. 웹툰 프롤로그에 삽입됐으며 향후 무대에서도 공개된다. 지적재산(IP)을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시도로, 더 많은 수요 창출이 기대된다. 두 창작자를 만나 '진주'로 합심해온 과정과 새 도약의 밑그림을 들어봤다.
-어떻게 처음 인연을 맺었나요.
타이거JK "2019년 웹툰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였어요. 필굿뮤직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빚이 쌓였고, 아버지께서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죠. 힘들수록 꿋꿋이 무대에 오르자고 다짐했을 무렵 백두 작가가 찾아와 인사를 건넸어요. 제 팬클럽인 '타이거 밤' 회원이라고 소개하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흉금을 터놓고 교감하기 시작했죠. 작업실에 자주 찾아왔어요. 2021년에는 '러브 피스 무브먼트' 앨범의 재킷 이미지도 그려줬고요."
백두 "중고교 시절부터 영감을 준 큰 사람이에요. 데뷔 앨범 곡명부터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내용물도 기존 힙합곡과 확실히 달랐죠. 등굣길에 매일 들었어요. 군대에서도 즐겨들었고요. 제대하고 길거리에서 MR에 맞춰 노래를 부른 적도 있어요. 일종의 버스킹이었죠(웃음).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어요. '러브 피스 무브먼트' 앨범 재킷 이미지로 그걸 구체화할 수 있었죠."
-여전히 타이거JK 노래가 영감을 주나요.
백두 "물론이죠. 삶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진정한 의미를 뒤늦게 깨닫기도 해요. '그때 이런 생각을 가사에 담으셨구나'라고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죠."
타이거JK "이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짜릿한 느낌이 들어요. '드디어 내 노래를 이해했구나'라는 오만한 생각이 아니에요. 이전 곡이 계속 재해석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서 샘솟는 뜨거운 감정이죠."
-반대로 백두 작가의 웹툰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나요.
타이거JK "원래 꿈이 영화감독이었어요. 소질이 없다고 판단해서 래퍼로 바꿨고요.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해오다 보니 웹툰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더군요. 작업 방식부터 흥미롭잖아요. 특히 여러 가지 감정을 삽화체(극화체)로 일일이 종이에 그려 넣는 과정은 감동의 연속이에요. 보호받아 마땅한 장인의 솜씨라고 생각해요."
-'통', '독고', '블러드레인', '총수' 등 백두 작가의 웹툰은 대부분 누아르에요. 이전부터 선호해왔나요.
타이거JK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마틴 스코세이지예요. 어린 시절 '분노의 주먹(1980)', '좋은 친구들(1991)', '카지노(1995)' 등을 보고 단번에 매료됐죠. 직설적으로 폭력을 전하는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더라고요. 물론 제 노래의 성격은 정반대에요. 주위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일들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죠. 그걸 들어달라고 호소해요. 아이 같은 마음으로."
-데뷔 당시만 해도 힙합과 웹툰은 대중적이지 않았어요. 어떻게 인고의 길을 묵묵히 잘 견뎌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백두 "초기 웹툰 업계에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극화 장르가 많지 않았어요. 대다수가 개그 성격을 띠는 짧은 형태였죠.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서 피했어요.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더 갈고닦았죠. 그 덕에 계속 밀어붙일 수 있었고요."
타이거JK "'너희가 웹툰을 아느냐?'라고 할 만하네요(웃음). 저는 힙합 불모지 같은 환경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거든요. 기획사로부터 외모부터 이름까지 모든 걸 바꾸라고 강요받았어요. 자괴감부터 극복해야 했죠. '잃을 게 없으니 한번 부딪쳐나 보자'라는 뚝심으로 공연하기 시작했어요. 대학로, 신촌, 이태원 등의 클럽을 찾아가 5분만 무대를 맡겨달라고 사정사정했죠. 그렇게 조금씩 인기를 얻어 새로운 기획사에서 앨범을 낼 수 있었어요."
-고군분투라는 공통된 배경 때문인지 이번 협업의 의미가 커 보여요. '진주'는 어떤 작품인가요.
백두 "그동안 한 시리즈를 오래 연재해왔어요. '진주'는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어요. 차이가 있다면 인물 관계의 비중이 아닐까 싶네요. 주인공 진주현이 사랑하는 현진주는 물론 악인들과도 내밀하게 얽혀있거든요."
-특이하게 웹툰과 음악으로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가요. 사전에 많은 교류가 있었을 것 같아요.
타이거JK "그동안 맥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진행해왔어요. 그때마다 제작 배경에 관해 자주 물어봤죠. 저만의 색깔을 부각하기보다 애초 의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드리는 편이죠. '진주'도 다르지 않았어요. 영화 OST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누구보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의도를 잘 읽고 표현하는 로버트 드니로가 되고 싶었죠. 작업실에서 보내온 그림을 보며 코드를 잡아갔어요. 분위기에 맞게 소스와 악기를 바꿔가며 적절한 옷을 입혀갔죠.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요."
백두 "너무 완성도가 빼어나서 놀랐어요. 함께하는 작업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타이거JK "많이 도움을 주신 덕분이에요. 처음에는 선입견에 갇혀 액션에 어울릴 법한 노래로 만들었어요. 그 뒤 웹툰 대사의 면면을 확인하는데 정신이 아찔했어요. 진주현의 로맨스와 내면을 나타낼 리듬이나 가사가 부재했거든요. 강한 남성미와 부드러운 감정의 조화가 필요했어요. 자칫 한쪽으로 쏠리면 웹툰에 피해를 줄 것 같았죠."
백두 "그렇게 나온 곡을 아내와 처음 들으며 울컥했어요. 특히 도입부에서요. '사랑해'라는 외침이 너무 좋아서 꿈을 꾸는 듯했죠. 짧은 프롤로그 원고만 보시고 진주현이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잘 표현해주셨어요."
타이거JK "그림을 여러 장 보내주셔서 전형적 사고를 바꿀 수 있었어요. 흥미로운 접근이었어요. 그동안 제 이야기를 노래하기 바빴거든요. 웹툰 속 주인공이 되어 가사를 쓰다 보니 한결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백두 "저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어요. 적잖은 타이거JK 노래가 스토리텔링이에요. 특히 '할리우드'요. 총을 쏘며 갱단에 복수하는 내용인데 웹툰으로 구체화하면 재미있겠다는 역발상이 들었어요."
-이번 협업으로 기대하는 또 다른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요.
타이거JK "그럼요. 예컨대 '진주' 무대 뒷배경을 웹툰으로 꾸미고 싶어요. 노래의 의미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듯해요. 그걸 3D나 가상현실(VR)로 제작한다면 새로운 경험도 창출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런 게 지식재산(IP)의 다각화 아닐까요."
백두 "언제든 요청하시면 잠을 포기해서라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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