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본격 시작했다. 정부가 대폭 삭감한 연구·개발(R&D) 등 예산안에 대한 여야간 시각차가 큰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와 특검법 등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예고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법적시한(12월2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3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세부 심의에 돌입했다. 예결위 예산소위는 국회 예산심사의 '최종 관문'으로, 세부 심의를 통해 사업별 예산의 감액·증액을 결정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심사 방향 브리핑을 통해 ▲인구구조변화 ▲양극화 ▲경기둔화 ▲사회불안범죄 ▲기후위기 등 위협 요소와 관련한 40대 주요 증액 사업을 밝혔다.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 있어 최우선 정책 과제를 약자 복지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국민의힘이 밝힌 주요 예산안 증액 사업에는 의과대학과 상급병원 내 필수 의료분야 교수를 확충하고, 시차출퇴근제에 대한 장려금 지원을 중소ㆍ중견기업 육아기 근로자들까지 확대하며 육아휴직 급여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대상을 현재 저소득 청년에서 저소득 전연령으로 확대하고, 어르신 무릎관절수술 지원대상을 1000명 확대하며, 임플란트(건보) 지원 개수를 현행 2개에서 4개로 확대하는 방안도 증액 예산에 포함됐다. 아울러 저소득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출퇴근 교통비 지원 단가 인상, 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베리어프리화 지원사업’, ‘휠체어탑승가능택시(겸용 택시) 지원사업’ 등도 증액사업에 담겼다. 또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이용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자비용 감면과 소상공인 대상 이자비용 감면과 소상공인 전기요금 특별 감면 한시 신설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R&D 관련 예산과 관련해 상당한 보완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R&D 예산 등과 관련해 이공계 R&D 장학금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기초연구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예산 변화에 따른 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공계 인재 개발과 대학, 연구기관의 경쟁력 강화 등에 집중하여 현장에서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보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번 예산심사 과정에서 R&D 예산은 물론, 정부가 삭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예산을 대부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R&D 예산을 의미 있게 복원하고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을 살려 청년의 내일에 힘이 되겠다"면서 "정액제 교통패스 도입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예산도 확보해 민생 부담을 덜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이 주장해온 대표적인 예산 사업에 대해서는 증액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과도하게 책정된 예비비, 불필요한 홍보성 예산은 삭감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특히 최근 치솟은 물가 등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 부각한다는 방침으로, 이날 최고위원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권칠승 민주당 대변인은 "최근에 물가폭등이 아주 심각한 상태"라며 "추경호 경제팀은 당연히 책임지고 사퇴하고, 예측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도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예결위는 당장 이달 30일까지 예산 심사를 마친다는 일정을 마련했지만,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간 시각차가 큰만큼 올해 국회 예산 심사도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달 30일과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올해 예산심사 과정에서 가장 큰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원 클럽) 본회의 표결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쌍특검법의 경우 숙려기간을 감안한 법정시한이 다음달 22일이지만, 이미 본회의 부의 요건을 갖춘 만큼 서둘러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총선을 앞두고 뇌관이 될 수 있는 정쟁성 이슈가 산적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음 달 2일 법정시한 안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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