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재활용 업체들이 재활용 폐기물 분류 작업에 로봇을 투입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딥러닝 해 폐기물의 모양과 크기, 브랜드까지 감지해 직접 분류하면서 현장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지속 가능 이슈 관련 컨설팅 업체 리소스리사이클링 시스템을 인용해 현재 미국의 재활용 폐기물 분류센터의 32%가 분류 작업에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9년 5%도 채 되지 않았던 도입 비율이 최근 수년 새 빠르게 증가했다.
AI 기반의 로봇 시스템은 딥러닝을 통해 재활용 폐기물의 모양이나 크기, 브랜드를 파악해 플라스틱, 종이, 유리, 금속 등 재활용 가능한 품목을 감지한다. 이를 바탕으로 재활용 가능 물질을 식별, 로봇에 달린 팔 모양의 기계와 흡입구를 활용해 폐기물에서 재활용 가능 물질을 분리한다.
이렇게 로봇을 활용하면 재활용 폐기물 분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직원 1명이 재활용 폐기물을 1분당 50~80개 분류한다면 AI 기반의 로봇은 분당 80개를 분류한다. 여기에 기술이 향상된 AI를 탑재한 광학식선별기를 활용하면 1분당 1000개까지도 분류가 가능하다고 WSJ는 전했다.
광학식선별기는 미국의 대형 재활용 센터에 배치돼 있는데 직원들이 서서 일했던 컨베이어 벨트 외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배치해야 한다.
미국의 재활용 업체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AI를 탑재한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또 AI와 로봇을 활용하면 폐기물 중 재활용이 가능한 부분을 더 많이 파악해 수거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콜로라도의 최대 재활용 업체 중 하나인 볼더 카운티 재활용센터는 3년 전 로봇 시스템을 도입해 컨베이어 벨트에서 플라스틱병, 우유 팩 등을 분류하도록 한 상태다. 이 업체 임원인 수잔 존스는 직원들이 원치 않아 하는 일을 로봇에 맡기고 있다면서 "그들(로봇)은 휴식과 휴가가 필요 없고 일을 두 배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인 웨이스트매니지먼트는 2030년까지 재활용률을 6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AI에 투자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40개의 재활용 센터를 포함해 재활용 인프라에만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키로 했다. 투자의 대부분 AI와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렇게 되면 자동화가 안 된 센터에는 최대 직원이 50명 정도 배치되지만, 자동화된 센터에는 직원이 4~6명 정도 배치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다만 AI와 로봇에 투자하려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초기 구입 비용은 물론 로봇 하나를 유지·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도 자금이 투입된다. 로봇 하나에 이러한 비용은 15만~30만달러 투입되고 광학식선별기는 1대당 100만~200만달러를 내야 운영이 가능하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러한 비용 문제를 고려해 로봇을 구입하기보다는 대여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최대 재활용 로봇 제조업체인 AMP 로보틱스의 마사냐 호로비츠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들을 보면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직원에게 주는 임금의 20~50% 수준을 로봇 대여 수수료로 내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JD 린드버그 리소스리사이클링 시스템 사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분류 기계가 노동력보다 비용이 덜 든다면서 보통 2년 이내에 로봇 시스템 투자를 회수한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