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꼽고 있는 공매도 제도가 전면 개편될지 주목된다. 정부여당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1400만 투자자의 표심을 파고들자, 더불어민주당도 뒤늦게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개인과 기관 간의 차별 등 주식시장 불균형 해소를 공약했다"면서 "민주당은 이미 제출된 '자본시장법 개정안'들을 심도있게 논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매도 거래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이 시스템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강훈식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을 비롯해 공매도 제도 개선과 관련한 개정안 6건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오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이들 법안을 상정한 뒤 같은달 21일 법안소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는 "여러 의원들이 추가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그는 전날 한 방송에서 "공매도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 일단은 개인과 기관 외국인들 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한다"며 "무차입 공매도를 통해서 기관들이 불법행위를 하면 벌어들인 수익의 10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겨 함부로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도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이날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공매도 정책은 제도 개선이 없는 공매도 금지가 아닌,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전제됐다"면서 "국민의힘은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고 투자자의 권익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모든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국정감사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윤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여야가 공매도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선 배경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면서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가 발표된 직후인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5.66%(134.03포인트) 급등한 2,502.37로 마감했는데, 이 같은 상승폭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전 거래일 대비 25.1원 급락한 1,297.3원에 마감했다. 그동안 공매도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비한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가격의 오름세를 예상하고 되사는 현상)'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총선이 채 5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정부여당이 제도 개선이나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명확한 목표 없이 '간 보기식 던지기'로 일관하니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언론의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무엇보다, 금융 당국의 정책적 목표와 과정 관리가 정교하지 못하니, 시장의 부작용도 키운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시장을 교란해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주는 불법 공매도 세력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전면 금지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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