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스웨덴 수리지점에서 근무하던 정비사들이 대거 파업에 돌입하면서 '무노조 경영' 원칙을 강조해온 일론 머스크의 노동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테슬라에 노조 설립을 노리는 가운데 이뤄진 파업이어서 협상 진행 상황이 앞으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와이어드 등에 따르면 스웨덴 금속노조(IF Metall)는 지난달 27일 테슬라를 상대로 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테슬라에 소속된 수십명의 노조원이 파업에 참여, 출근을 거부하면서 테슬라 서비스 센터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이번에 파업에 참여한 테슬라 직원은 테슬라 제품 수리점에서 일하는 정비사들이다. 금속노조는 약 120명의 정비사에 대해 임금과 근로 조건 등을 다룬 단체협약을 채택하라고 테슬라 측에 요구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전체 근로자의 90%가량이 단체협약에 적용받고 있다.
스웨덴 금속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파업까지 단행하게 된 이유는 최근 수년간 노조가 요구해왔던 단체협약 체결을 테슬라 경영진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제스퍼 피터슨 스웨덴 금속노조 대변인은 "테슬라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스웨덴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과 동일한 혜택을 받길 원한다"면서 "테슬라가 홀로 다른 규칙 속에서 운영될 그 어떠한 이유도 찾질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조합원이 참여한 것은 아니며 일부 서비스 시설은 크게 파업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인정했지만, "파업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현 파업의 의미를 강조했다.
스웨덴에는 테슬라 제조시설이 없다. 미국이나 독일 등 다른 국가에 비하면 시장 규모도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북유럽 내 전기차 판매가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스웨덴은 전기차 판매 점유율이 32%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독일에서 생산된 테슬라의 모델Y가 올해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꼽히기도 한다.
스웨덴 금속노조와 테슬라 경영진은 6일 회의를 진행, 단체협약 체결과 관련해 협상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테슬라 경영진이 다시 협상테이블로 나온 이유는 스웨덴 운송노조가 연대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근로자 10명 중 7명이 노조에 소속돼 있고 노조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스웨덴에서는 법적으로 노조 간의 연대파업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스웨덴 운송노조는 금속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7일 오후 12시부터 자국 내 4개 항구에서 테슬라 관련 선박은 하역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항구로 들어오는 테슬라 차량을 하역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노미 리스 운송노조 위원장은 "그 어떠한 테슬라 선박도 스웨덴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테슬라는 스웨덴에서 서비스 센터 운영뿐 아니라 판매에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파업이 주목을 받는 건 테슬라의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공개석상에서 노조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여러 차례 내놨고,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달 포드,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업체를 상대로 사상 첫 동시 파업을 진행, 결국 합의를 끌어낸 UAW가 테슬라의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내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테슬라 내 노조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일 금속노조의 크리스티안 베너 위원장은 지난달 한 공개 행사에서 머스크 CEO를 향해 테슬라의 베를린 공장 내 노조 설립 노력을 방해하지 말라며 "조심해라. 여기는 게임의 규칙이 다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톡홀름 기반의 싱크탱크 아레나의 저먼 벤더 노동시장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발생한 이 작은 충돌이 다른 시장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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