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제공 방식을 두고 보험사와 핀테크 업체 간의 입장차가 조율되면서 보험비교추천 플랫폼이 이르면 내년 초 출범할 예정이다. 보험사 규모에 따라 가격 정책이 엇갈릴 것으로 보여 대형 보험사들이 과점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시장의 지형이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와 핀테크업계는 보험비교추천 플랫폼에 '표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도입하기로 협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등 보험상품을 플랫폼에서 비교하며 가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API는 각종 데이터를 주고받는 규격이다. 보험비교추천 플랫폼이 작동하려면 플랫폼 업체와 보험사가 어떤 방식의 API를 사용할지 합의해야 한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보험사별 API를 요구했지만 보험사들은 표준(통합)API를 주장했다. 일원화된 규격이 없다면 업체별 요구 정보를 맞추기 위한 개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핀테크 업체들은 표준화된 정보로는 맞춤형 정보 추천이 어렵다며 반대해왔다.
이에 금융위원회의 중재 등으로 결국 표준API가 수용되면서 비교추천 플랫폼이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비교·추천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 표준화 논의를 통해 표준 API 명세서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출범할 채비를 마쳤지만 보험사 간 셈법은 엇갈렸다. 우선 대형 보험사들은 플랫폼에 판매할 자동차보험에 자사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보다 더 비싼 가격표를 매길 방침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사에 최대 4.9%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가 중소형 손보사 상품보다 저렴한 경우도 많아 대형사들은 큰 부담을 안 가질 것"이라며 오히려 중소형 손보사들이 수익을 포기하면서 가격을 내리고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그럼에도 이를 기회로 보고 적극 나설 전망이다. 이미 삼성화재 ·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빅4' 손보사의 시장 점유율이 85.2%(올해 상반기 기준)인 만큼 이 지형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익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점유율을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디지털손해보험사들이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캐롯손해보험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1.3%에서 올해 상반기 1.6%까지 올라왔다.
다만 대형손보사들의 행보에 플랫폼의 취지가 무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교 추천 서비스 정확도가 떨어진다면 비교·추천 플랫폼보다 더 저렴한 대형 손보사 자체 홈페이지로 가입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금융당국이 '보험 슈퍼마켓'을 내세우며 출범한 보험 비교 플랫폼 '보험다모아'는 사장된 지 오래"라며 "보험소비자들이 효과를 누리며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보험사들이 플랫폼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당국이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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