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곰'도 깨졌다…서울 청약 미달에 포기까지

하반기 부동산시장 긴급점검
고분양가에 ‘이문아이파크자이’ 1순위 청약 성적 저조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서울 동작구에 짓는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전용 84㎡ 청약에 당첨됐지만, 13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계약을 고민 중이다. 이 씨는 "막상 당첨은 됐지만, 금리가 너무 오르고 대출도 쉽지 않아 계약할지 망설여진다"면서 "계약한다면 보유 중인 집을 팔고도 잔금이 부족해 입주하지 못하고 전세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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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당후곰(먼저 당첨, 후에 고민)’이라는 말로 표현될 만큼 달아올랐던 서울의 청약시장 열기가 가라앉고 있다. 수개월 만에 2~3억원씩 오른 고분양가에 하반기 대어로 꼽혔던 현장마저 저조한 청약 성적표를 기록하는가 하면 청약 당첨 이후 미계약이 속출한 단지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과 대출 축소 분위기에 주택시장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면서 수요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1순위 청약에서 총 787가구 공급에 1만3280명이 청약해 평균 16.8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청약을 받은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79.1대1), 휘경자이 디센시아(51.7대1)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저조한 성적이다. 전용 20㎡·59㎡E·84㎡D·84㎡ 등 일부 평형은 1순위에서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해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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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서울 지역 신규 분양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면서 청약 불패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가 1순위에서 평균 242.3대1의 경쟁률로 청약자 수가 2만명을 넘겼으며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도 198.7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계SK뷰‘나 ’용산호반써밋 에이디션‘ 등 주요 단지도 세자릿수가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동작구 상도동의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최초 분양 때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첨자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개봉 호반써밋은 지난달 1·2순위 청약에서 110가구 모집에 2776명이 접수하며 흥행했지만 낮은 계약률에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청약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인 데에는 고분양가가 주된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시중금리 인상과 대출 축소 분위기로 인해 주택시장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어 매수심리 위축을 가져왔다"며 "또 최근 대출금리 인상으로 분양가에 대한 민감도가 다시 커지고 있어 당분간 같은 지역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에 따른 편차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같은 동대문구에서 나란히 분양한 이문아이파크자이와 래미안라그란데, 휘경자이디센시아의 분양가를 비교해보면 불과 두세달 만에 분양가가 수억원씩 뛰었다. 이문아이파크자이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13억229만원이지만 휘경자이디센시아는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격이 9억7600만원이었다. 래미안라그란데의 전용 84㎡ 기준 최고가격이 10억9900만원 수준이다.


’묻지마 청약‘ 분위기가 팽배했던 서울 청약 시장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당초 이문아이파크자이 59㎡에 청약하기로 계획했던 40대 나모씨는 "1순위 청약경쟁률을 확인하고 청약을 넣어야 하나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고분양가에도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수요자들이 주로 청약에 나서면서 청약 시장이 실수요자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경희 연구원은 "전매를 위해 분양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분양 시장 진입을 망설이고 있다면 이런 가수요들이 청약시장에서 빠지면서 오히려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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