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강의 중 두 차례나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교수를 파면하라며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고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졌지만, 해당 교수는 "사실을 말한 것일 뿐"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1일 경희대 철학과 동문회 등에 따르면, 이 학과의 최정식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강단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해 1학기 '서양철학의 기초' 강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중 자발적으로 간 사람이 다수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철학과 학생회와 동문회는 반발했고, 교내에는 최 교수의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이에 경희대는 운영위원회를 열었지만, 이후 최 교수가 해당 발언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최 교수는 올해 1학기 같은 강의에서 유사한 발언을 반복했다. 그는 지난 3월 강의에서 "일본군을 따라가서 매춘을 한 사람들이 위안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생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짓 증언을 한다는 것이냐"고 묻자 "거짓이다. 끌려간 게 아니다. 거기 가면 돈 많이 벌고 좋다고 해 자발적으로 간 사람들"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철학과 동문회는 세 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내고, 최 교수의 발언을 규탄하고 징계를 촉구했다. 또 지난달 30일부터 경희대 서울 캠퍼스 정문 앞에서 최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위도 이어오고 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최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최 교수는 지난 9월 26일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위안부들이 모두 공창으로 매춘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면서도 "꾐에 빠져 매춘의 길로 갔다는 것은 납치됐다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당시 경제, 사회 사정을 볼 때 종의 딸, 첩의 딸, 빈자의 딸들이 팔려 가는 경우는 흔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를 제기한 이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주장을 하려는 일부 동문과 외부 단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민위는 "단체를 폄훼했다"며 최 교수를 명예훼손·모욕·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정의기억연대는 최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고 경희대 측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경희대는 지난달 29일 교내신문을 통해 조만간 교원 인사위원회를 열어 최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연합뉴스에 "징계는 말이 안 된다"며 "일본이 위안부를 납치해 끌고 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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