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은행 종노릇" "가계부채 잡아"...상반된 메시지에 갈팡질팡

尹대통령 "은행 종 노릇" → 금리 인하 요구
金 비서실장 "가계부채 잡아" → 금리 인상 필요
금융권은 "상반된 메시지에 헷갈려"
이번주내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 공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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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30일 윤석열 대통령)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다."(29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용산에서 연이틀 나온 강경한 메시지에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런 식의 메시지가 나오면 금융당국과 은행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은행을 향해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와 "이자장사를 막기 위해 은행 과점체제를 깨야 한다"는 경고를 날렸다. 이후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은행제도개선 TF를 만들어 새로운 시중은행 등장을 유도하는 등 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그러나 이번에는 은행권과 당국에서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통령의 지시대로라면 대출금리부터 낮추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비서실장 발언을 생각하면 선뜻 움직이기 힘들다. 대출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게 뻔해서다.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며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대출금리 인상을 유도해왔다. KB국민·우리·NH농협에 이어 신한은행도 이번 주 일부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리기로 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용산의 요구대로 한다면 핀셋으로 소상공인 대출만 내리고, 주담대 금리는 올리는 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금리는 전체적으로 시장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데 대출 상품마다 따로따로 미세 조정을 하면 혼란을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청와대에서 연속 이틀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놨는데, 금리 정책 방향은 상반되게 가야 하는 거라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 노릇' 발언 이후 은행들은 긴장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이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쓰고 있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들의 임직원 성과급, 희망 퇴직금, 배당현황 등이 상세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공개한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보고서는 빠르면 11월 1일, 늦어도 이번 주 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개 대상은 은행연합회 회원 중 산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 전부다. 이번에 작성될 내용은 지난해 경영현황을 바탕으로 한다. 올해 이후 경영현황에 대해선 내년 4월 말까지 작성해 발표하도록 했다.


보고서에는 은행 총자산과 영업점, 직원 수 같은 은행 개요를 기본으로 자산부채, 수익·비용, 당기순이익 활용 내용이 포함된다. 특히 수익비용 항목에 예대금리차를 포함한 이자 이익과 수수료 이익, 성과급과 희망 퇴직금을 포함한 급여, 사회공헌 실적, 충당금 등을 명시해야 한다. 당기순이익 항목에는 자본적립과 배당현황이 포함된다. 은행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수익을 내며 발생한 수익을 어디에 활용하는지도 보여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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