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레드카드’ 준 교사… 헌재 "檢 기소유예 처분 취소해야"

전원일치 의견 "교육 목적으로 레드카드 줬다고 볼 여지 있어"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 학생들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옆에 붙인 교사의 행위를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행위'로 인정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재판 시작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재판 시작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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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전주지검 소속 검사가 교사 A씨에게 내린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고 31일 밝혔다. 헌재는 검사의 처분이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전주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였던 A씨는 교실 칠판에 레드카드를 붙이고 수업시간에 잘못한 학생들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인 후 이름표가 부착된 학생들이 방과 후 자신과 함께 교실 청소를 하고 하교하도록 하는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했다.


2021년 4월 수업 중 다 남은 페트병을 손으로 비틀어 큰 소리를 낸 학생에게 주의를 줬지만, 계속해서 페트병을 비틀어 소리를 내자 A씨는 해당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다. 이 학생은 방과 후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본 A씨는 학생에게 하교를 지시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학생의 어머니는 학생을 일정 기간 동안 등교시키지 않고 교장에게 지속해서 담임교사의 교체를 요구하면서 관계기관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학생의 어머니는 A씨의 정서적 학대 행위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수면장애의 일종인 야경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학생의 어머니는 아동학대 혐의로 A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검찰은 A씨가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임에도 "교실에 레드카드가 있는 곳에 피해아동의 이름표를 붙이고, 수업 종료 후에도 피해아동을 하교시키지 않고 남긴 후 약 14분간 교실 청소를 시켜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A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레드카드 제도가 A씨와 학생들 사이의 약속이었다는 A씨의 진술과 전라북도교육행정심판위원회가 청구인의 레드카드 제도 운영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A씨는 학생들에게 교육적 목적으로 레드카드를 줬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A씨가 레드카드를 준 것 때문에 학생이 아경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레드카드로 인해 발병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건으로 기인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편 학생의 어머니가 담임교사의 교체를 요구하고 관계 기관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자 A씨가 교육활동 침해 사안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제기된 소송에서 대법원은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한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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