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고물가 부담이 가중하는 가운데 외식물가가 다시 5%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유, 설탕, 소금 등 각종 식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공공 에너지 요금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영업자의 서비스 가격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달 외식물가 상승률이 6개월 만에 5%대로 재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평균 외식물가 상승률은 4.9%로 소비자물가 상승률(3.7%) 대비 격차를 1.2%포인트까지 좁혔다. 한 번 오른 외식물가는 소비자 물가보다 둔화 속도가 느려 서민들의 체감 물가 부담을 장기화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둔화했을 때 외식물가는 5.9%로, 격차는 3.6%포인트로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외식물가가 쉽게 둔화하지 않는 것은 국제 식량 가격과 인건비 상승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영업비용의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식자재비 비중 41%, 인건비 34%, 임차료 10%, 수수료 8%, 세금 7% 등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재료와 물류비, 나아가 인건비까지 줄줄이 가격 상승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 최근 식재료 가격 인상이 외식물가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설탕이 대표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설탕 가격지수는 162.7로 전월보다 9.8% 증가했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올해 5월 157.2를 기록한 후 7월까지 하락세를 보였지만, 8월과 9월 2개월 연속 상승하며 2010년 11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장 설탕값 폭등으로 이를 재료로 사용하는 과자나 빵, 음료 등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하는 '슈거플레이션' 조짐이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4분기 들어 외식물가가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기대 인플레이션이 이달 기준 3.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하며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에너지 요금 인상 압박도 부담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는 약 3개월이 걸리는 만큼 4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2분기까지 전기요금을 전 분기 대비 각각 5.3% 인상한 kWh(킬로와트시) 당 8.0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으로 책정했다. 정부는 향후 전기요금을 최소 kWh당 20~30원 수준의 추가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각 부처가 인상 여부와 폭을 논의 중이다.
정부는 최근 비축 식자재 물량을 풀고, 설탕값 인하를 위해 원당의 할당관세 연장을 검토하는 등 외식물가 잡기에 전방위 노력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장 외식물가까지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동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이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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