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기사를 유심히 본 독자라면 중국의 부동산 침체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했을 것입니다. 이중 유독 많이 언급된 회사가 비구위위안(컨트리가든)입니다. 컨트리가든은 유예기한 마감이었던 지난 25일(현지시간) 달러채에 대한 이자 1540만달러를 갚지 못해 이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컨트리가든의 디폴트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줬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서민을 주거 위기에 몰아넣었습니다. 특히 컨트리가든은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와 달리 중소 도시 위주로 활발히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러나 컨트리가든이 갚지 못한 이자 등 이들이 금융시장 입힌 손실 규모는 매일 외신에 오르내리지만, 서민들이 입은 피해는 좀처럼 자세히 거론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로 중국 서민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그 이면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컨트리가든의 디폴트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18일이 기한인 1540만 달러 규모 달러채권(2025년 만기)에 대한 이자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번에 이자를 지급한다 해도 고비를 쉽게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27일에는 4000만달러, 내달 7일과 8일에는 각각 4876만달러와 1788만달러 규모의 이자 지급 유예기간이 종료됩니다.
시장에서는 컨트리가든이 이른바 크로스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크로스 디폴트란 한 채무 계약에서 디폴트가 선언되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다른 빚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컨트리가든이 갚아야 할 부채는 역외채권만 무려 109억6000만달러입니다. 424억위안(58억1000만달러) 상당의 비위안화 표시 대출도 갚아야 합니다.
시장에서는 컨트리가든의 채권 이자에 대한 미상환 문제를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은 일반 시민들도 채권자에 못지않게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주택 건설 공사가 무기한 지연된 데 이어 집값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큰 재산 손실을 본 시민들의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중국 산둥성 쥐예현에 거주하는 화이란이라는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며 그가 2021년 29만위안(약 5349만9200원)을 주고 컨트리가든의 주택을 구입했지만, 공사가 지연되며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화이란씨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벽돌로 지어진 아파트를 사겠다는 일념하에 부지런히 재산을 모았습니다. 이후 전 재산을 쏟아 아파트 분양권을 샀지만, 그가 산 아파트는 완공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가격이 25%나 떨어졌습니다. 이것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그가 날릴 돈이 25%에 불과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시개발에 대한 보상으로 주택을 받기로 했지만 컨트리가든의 공사 지연으로 오갈 데가 없어진 시민들의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저장성에서 200만위안, 한화로 3억6884만원을 들여 5층짜리 집 6채를 지은 톰 첸씨는 정부로부터 개발 사업을 진행해야 하니 집을 모두 철거하라는 명령을 전달받았습니다. 첸씨는 전 재산을 들여 지은 집을 허문 대가로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컨트리가든의 주택 6채를 무료로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입주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데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면서 첸씨는 오갈 곳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건설 노동자들은 공사 중단으로 밀린 임금을 지불받지 못해 생활고에 처하게 됐습니다. 컨트리가든의 광둥성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 노동자들이 수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해 파업에 나섰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컨트리가든 측은 건설 근로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직후 현장직 근로자를 포함한 협력업체 관계자 등을 단번에 대량 해고했다고 합니다.
분노한 시민들과 건설 근로자들은 결국 컨트리가든에 공사 재개와 임금 지급을 촉구하며 회사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더우인에는 건설노동자와 재산 피해를 본 시민들이 당국에 컨트리가든이 임금을 지불하고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항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 시민과 근로자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이면서 경찰의 감시까지 받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중국 정부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사태는 단순히 금융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수준을 넘어 중소 도시 서민 경제에 큰 충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컨트리가든은 헝다와 함께 중국 중소도시 위주로 건설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몸집을 불려온 기업입니다. 중국은 인구와 경제발전 수준에 따라 도시를 1~5선 도시로 분류하는데요. 1선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 해당하며 3선, 4선도시는 인구 300만에서 500만명, 혹은 100만~300만명 사이의 중소도시에 해당합니다. 컨트리가든은 산업화로 신식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3,4선의 중소도시에 중소형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컨트리가든이 짓는 신규 주택 물량의 60%는 이 3·4선 도시에 자리합니다.
컨트리가든은 이 같은 전략을 토대로 중국 3대 개발업체 중 하나로 거듭났지만, 당국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로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금줄을 조이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경기침체로 주택 판매 규모도 급감한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 컨트리가든은 주택 판매액(1월~7월)이 전년 동기 대비 35% 하락한 1408억위안에 그치면서 순손실만 한화 10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중소 도시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기업이 위기에 빠질 경우 3·4선 도시의 서민 경제는 직격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욱이 컨트리가든의 경우 헝다에 비해 4배나 많은 건설 사업을 보유하고 있던 만큼 디폴트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침체기에 빠진 중국 부동산시장이 컨트리가든을 시작으로 연쇄 디폴트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습니다.
특정 기업의 자금난 기사를 접한 뒤 이들 갚아야 할 막대한 규모의 채권 이자 액수를 세보고 있으면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피부에 잘 와닿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수개월째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건설 노동자와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소시민 등의 사례를 보니 부동산 위기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체감됩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 업체의 연쇄 디폴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는지에 따라 향후 중국 경제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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