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과 고금리로 금융산업의 성장이 더딜 것으로 예상됐다. 누증된 가계부채, 급증한 기업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유의할 변수로 꼽혔다. 은행업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보험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반면 여신전문업은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내년 금융산업이 전반적으로 소폭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비은행업권은 자영업자, 한계기업, 부실 부동산PF 사업장 등의 부실 우려가 상대적으로 커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24년은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자본규제 강화와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가 동시에 추진되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사업구조 혁신에 힘쓰고 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에 맞춰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종별로는 우선 은행업의 성장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증가율은 2022년 4.9%, 2023년 3.5%에 이어 내년에는 3.4%를 기록하며 올해 이어 또다시 명목 국내총생산(GDP)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 가계대출은 내년 증가세로 전환되겠지만 부동산시장 회복이 더디고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이후 견조하게 성장하던 기업대출도 대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부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시설자금 등 중소기업 자금 수요는 이어지겠지만 급증한 대기업 대출은 회사채 시장이 회복되면서 둔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은행권 순이익 자체는 20조원을 웃돌면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순이익 증가폭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이자마진(NIM)이 하반기부터 하락하고 대손비용이 늘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자산규모 대비 이익창출력을 뜻하는 구조적이익률은 2022년을 정점으로 이미 하락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봤다.
보험업의 경우 새 회계기준 적용에 따라 보장성보험 위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생명보험은 저축성 보험 판매가 둔화하고, 손해보험은 장기보험 성장으로 양호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당국이 새 회계기준 적용 지침 등을 제시하면서 올해 전년 대비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는 '착시효과'는 줄어들고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보험 비교추천이 활성화되고, 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확대되어 제판분리가 정착될 것으로 봤다.
여전업의 상황은 가장 열악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신전문금융채를 통한 자금 조달비용 부담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신용카드업은 명목소비 둔화로 결제부문이 보합세에 그치고, 조달비용과 충당금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캐피털업도 자동차 산업 회복으로 리스·할부가 성장하겠으나, 조달비용 및 부동산PF 관련 대손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저축은행업은 은행과의 예금금리 경쟁과 부동산PF 부실 가능성 등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24년 금융산업은 완만한 경기회복으로 성장성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겠으나 수익성은 고금리 기조의 지속 기간에 따라 업종 간 차별화가 심화할 것"이라며 "특히 시장조달에 의존하는 여전업의 경우 유의가 필요하고, 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전체 금융업의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성장보다는 내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누증된 가계부채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기업부채, 이연된 부동산PF 부실을 유의해야 할 변수로 꼽았다. 금리 인하와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부실이 표면화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자영업자 대출, 비(非)아파트 및 지방 건설사업장의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비은행업권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지표는 아직은 양호한 편이나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중소기업과 가계여신, 비은행업권 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 대출 부실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신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과 GA 등을 통해 비교추천과 제판분리가 전 금융업권에 정착되고, 강화된 자본규제와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가 동시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류 연구위원은 "내년 금융사들은 단기적인 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되 생산성 향상,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며 "고금리, 강화된 자본규제에 더해 고령화가 굳어지는 만큼 금융산업은 이제 고비용 구조가 되고 있기 때문에 AI 등을 활용해 생산성·효율성을 제고하고 시니어 케어, 토큰 증권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체화하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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