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치안산업 전문 전시회인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이 1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치안산업 관련 기업·기관 184개 업체가 참여해 816개 부스가 마련됐다.
◆이태원 악몽 없다…군중 밀집도 분석 프로그램 한자리에=이번 행사에서는 AI 영상분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개발한 다중운집 위험도 예측·분석 기술들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폴리스랩 2.0’ 사업의 하나로 AI 소프트웨어 기업 노타가 내놓은 CCTV 영상 기반 AI 운집 위험도 예측 분석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다.
CCTV 영상 속에서 수십명이 쉼 없이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초록색 점이 사람들의 머리에 정확히 찍히며 인원수를 셌다. 여러 사람이 겹치거나 시설물에 신체 일부가 가려져도 문제가 없었다. 프로그램은 군중 밀집도와 흐름을 파악해 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자체와 관계기관에 경고를 발송한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다중인파 분석 시스템들이 상용화되고 있지만, 노타의 프로그램은 사람의 머리로만 인원수를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훨씬 높다.
홍유신 노타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CCTV에 신체 전부가 나와야 사람으로 인식해 수를 세는데 이는 신체가 가려질 경우 제대로 판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 개발하는 기술은 머리만 화면에 나와도 사람으로 인식해 보다 정확하게 밀집도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3년간 기술 고도화와 실증을 거쳐 실제 행정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마약공화국’ 오명에 각종 마약 관련 부스도 인기=최근 청소년들에게까지 퍼진 마약과 관련된 부스들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여러 부스에서 마약 검사 진단키트들이 전시돼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의료용 기기 업체인 필메디가 성범죄에 악용된 신종 마약인 물뽕의 성분을 구분해 내는 검사 키트를 선보였다. 이 키트는 마약이 들어간 술이나 음료를 손가락으로 찍어 검사용 스티커 표면에 묻히면 1분 이내에 색이 변한다. 물뽕뿐만 아니라 필로폰이나 코카인 등의 성분도 걸러낼 수 있다.
마약진단키트 생산전문 기업 젠바디도 최근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 현장 검사 키트를 내놨다. 현장에서 소변을 이용해 10분 만에 마약 투약 여부를 검사할 수 있어 별도의 장비가 필요 없다. 이와 함께 필로폰이나 엑스터시를 비롯해 여러 마약류를 검사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도 전시돼 있었다. 이 때문에 부스를 찾는 현장 경찰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관세청이 운영한 ‘마약예방특별관’도 인기였다. 특히 마약을 적발하는 가상현실(VR) 체험행사에는 젊은 참가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관세청은 관세행정 연구개발(R&D) 사업 ‘커스텀즈랩1.0’의 성과물인 ‘컨테이너 적재 화물 탐사로봇’도 선보였다. 컨테이너 안에 화물을 적재한 채로 내부를 정밀 검사할 수 있는 원격조종 유연 로봇으로 마약을 탐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흉기난동 범죄에 호신용품·범죄자 제압 도구 즐비=최근 서현역이나 신림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한 각종 물품들도 다양하게 전시됐다. 그중 하나인 호신 방범도구 ‘바디캐처’는 경찰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비앤비인터내셔널이 내놓은 이 제품은 흉기 난동자의 팔 또는 다리에 체결한 후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안전하게 제압하는 호신 방범도구이며 경찰, 보안인력, 그리고 일반 시민까지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해 보였다. 특히 이 제품은 흉기난동자를 가격하거나 충격을 주지 않고 안전하게 제압할 수 있는 점에서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정당방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호신용품 전문브랜드 블랙코브라의 부스에는 일반 참가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전기충격기, 스프레이 등 다양한 호신용품들이 인기를 끌며 최근 불안해진 치안을 방증하는 듯했다. 참가자들은 전기충격기를 시연해보는가 하면 스프레이의 효과에 대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현장에서 직접 호신용품들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날 호신용 스프레이를 구매한 김나윤씨(31)는 “아무래도 흉흉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적어도 아주 위험한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제품 하나쯤은 구비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내년에 경찰에 도입되는 저위험 권총도 소개돼 참가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저위험권총은 기존 권총에 비해 살상력을 10분의 1로 낮춘 총기로 각종 첨단 장비들이 탑재됐다.
국제치안산업 대전은 지난해까지 409개 국내외 기업이 참여하고, 연인원 4만명의 국내외 구매자 및 시민, 경찰관이 참관했으며 지난해 5월 국제전시협회(UFI) 인증 획득에 이어 3년 연속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우수 무역전시회’로 선정되는 등 국내 대표 전시회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선도적 미래치안의 원년’을 맞아 전시 규모를 확대하고, ‘해외경찰 특별관’을 비롯해 행정안전부·관세청·조달청·특허청·해양경찰청과 함께 운영하는 ‘마약 예방 특별관’과 ‘공공안전 특별관’ 등 모두 9개 전시관을 통해 치안 분야 첨단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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