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중 게을러지는 인간…로봇과 일해도 마찬가지네

"유능한 팀원으로 생각하고 신뢰"
'사회적 태만' 현상, 로봇과도 발생

사람들은 로봇과 함께 일할 때도 작업에 덜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로봇과 협업 실험 결과,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작업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늘었다.


독일 베를린 공대에 소속된 디틀린드 헬렌 시멕 연구진은 18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의 프론티어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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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사회적 태만' (social loafing) 현상을 언급했다. 사람들이 그룹을 이뤄 일하면 팀워크로 성과가 향상되는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자신의 기여도가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의욕이 떨어지고 일부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일도 생긴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로봇'으로 확장해 연구했다.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참가자 42명에게 결함이 0~2개가 있는 전자 회로기판 이미지를 모니터로 제시하고 검사하게 했다. 회로기판을 흐릿하게 처리하고 커서가 놓이는 부분만 선명하게 보이게 해 검사 과정을 추적했다.


대조군 절반에게는 판다(Panda)라는 로봇이 회로 기판을 먼저 검사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소리를 들려줘 이 작업이 로봇과의 협업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사람과 로봇의 협업 실험 장면 [사진출처=연합뉴스(Dietlind Helene Cymek/Technische Universit?t Berlin 제공)]

사람과 로봇의 협업 실험 장면 [사진출처=연합뉴스(Dietlind Helene Cymek/Technische Universit?t Berli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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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두 집단의 결함률을 조사한 결과, 로봇과 함께 일한 집단은 평균 3.3개의 결함을 발견했다. 반면 혼자 작업한 집단은 평균 4.2개의 결함을 찾았다. 연구진은 "로봇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 혼자 일한 사람들보다 주의를 덜 기울였다"고 해석했다.


작업 후반으로 갈수록 판다와 함께 작업한 참가자들이 판다가 이미 발견한 오류들을 놓치는 사례가 늘어났다. 연구진은 "로봇과 협업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에 의존하는 데 익숙해져, 정신적으로 덜 몰입하는 '보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looking but not seeing) 현상이 나타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협업 참가자들이 작업에 똑같이 책임감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정신적으로는 로봇에 의존해 업무 수행 동기가 낮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동연구자인 린다 오나쉬 박사는 "로봇에 의존해 내적으로 업무 동기가 낮아지는 현상은 제조 분야, 특히 이중 확인(double checking)이 일반적인 안전 관련 분야에서 작업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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