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8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 등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9%를 돌파,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32.57포인트(0.98%) 내린 3만3665.0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8.60포인트(1.34%) 떨어진 4314.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9.45포인트(1.62%) 하락한 1만3314.30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에서 에너지, 필수소비재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종이 일제히 하락했다. 산업, 소재, 부동산, 필수소비재 관련주의 낙폭은 2%를 웃돌았다. 전날 미 상무부가 저사양 AI칩의 중국 수출을 추가로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관련주는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시티가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전장 대비 4%가까이 내렸다. 유나이티드항공은 4분기 실적 가이던스에 따른 실망감으로 9%이상 급락했다. 아메리카항공, 델타항공도 4%대 밀렸다. 모건스탠리는 IB부문 수익성 악화로 순이익이 줄면서 주가가 6%이상 하락했다. 이날 장마감 후 실적을 공개한 넷플릭스, 테슬라는 각각 2.68%, 4.78% 하락한 수준에 정규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와 더불어 국채금리 움직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추이 등을 주시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이날 10년물 금리는 4.9%를 돌파했다. 4.9%대를 기록한 것은 2007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0년물 금리는 3거래일 연속 상승세, 지난 5거래일 중 4일간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예고에 이어 여전히 탄탄한 소비지출이 확인된 여파로 분석된다. 전날 공개된 미국의 9월 소매지출은 전월 대비 0.7% 증가해 시장 전망치(0.2%)를 크게 웃돌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218%로 2006년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5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는 각각 4.93%, 4.98%대로 5%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해리스 파이낸셜의 제이미 콕스 파트너는 CNBC에 "시장은 금리가 어디에서 정점을 찍을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3분기 기업 실적도 이날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상장기업의 10%이상이 현재까지 실적을 공개했고, 이 가운데 78%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다만 이는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한 기준 자체가 낮아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안토니 사그림베네 최고시장전략가는 "실적이 월가 전망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증시 중기 방향을 실제로 알려주는 것은 (실적)전망과 금리 방향"이라고 짚었다.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 모건스탠리의 경우 3분기 주당순이익(EPS) 1.38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전망(1.28달러)은 상회했다. 하지만 핵심 사업인 자산관리, IB부문에서 부진이 확인되면서 이날 주가 하락세로 이어졌다. IB부문 매출은 9억3800만달러에 그쳐 1년 전보다 무려 27% 급감했다. 이날 장 마감 후에는 테슬라, 넷플릭스가 실적을 공개했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은 233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9% 늘었으나, 시장 전망치(241억달러)는 하회했다. 주당순이익 역시 0.66달러에 그쳐 월가 전망(0.73달러)에 못미쳤다. 넷플릭스의 매출은 85억4200만달러, 주당 순이익은 3.73달러로 집계됐다.
현재 투자자들은 중동발 지정학적리스크도 주시하고 있다. 전날 수백명이 사망한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건으로 인해 중동 내 확전 우려를 둘러싼 경계감은 한층 높아진 상태다. 이 가운데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가 본 바에 따르면 이는 여러분(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쪽에서 한 것을 보인다"고 병원 참사 배후가 이스라엘이 아니라고 밝혔다. . 그는 이러한 확신을 갖는 이유에 대해 "미 국방부가 내게 보여준 데이터"라고 답변했다.
다음날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뉴욕이코노믹 클럽 연설을 앞두고 Fed 당국자들의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Fed 안팎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분석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고 있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지지했다. 그는 "높은 금리 상황에서 생존할 수 없는 기업들이 걱정된다"면서 "오래 금리를 동결할 필요도 없다. 몇달간 경제를 지켜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역시 "기다리고, 지켜볼 수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Fed 3인자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제약적인 기조의 통화정책을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여전히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표했다.
이 가운데 파월 의장은 다음날 연설에서 물가안정목표 달성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신중한 결정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쉬나 구하 전략책임자는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지만 국채금리 급등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면서 "11월 정책 대응이 시급하지 않고 Fed가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공개된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는 "대부분의 지역이 9월 이후 큰 변화가 없다"면서 "단기 경제전망은 대체로 안정적이거나 다소 약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베이지북은 "인플레이션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타이트한 고용은 전국적으로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유가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66달러(1.92%) 오른 배럴당 88.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10월 3일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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