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 기로에 놓인 가운데 이스라엘이 장기전 대비를 공언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투입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랍권 확전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을 찾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나 "하마스와의 전쟁은 매우 길고 대가도 클 것"이라며 전쟁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지만 결국 이스라엘이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를 침공하더라도 거대한 지하터널에 매복해 있는 하마스 대원들을 추적해 표적 공습하기가 쉽지 않고 이로 인해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의 지하전술 전문가 대프니 리셰몽-바라크 교수는 "터널을 상대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렇지만 도시 구역이라면 모든 게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타임오브이스라엘은 막다른 상황에 내몰린 하마스가 인질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며 이스라엘을 협박하고 있어 인도주의적 대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고한 민간인이 거주하는 가자시티의 건물과 주택 아래 터널에 숨어 있다"면서 가자 주민들이 사실상의 인간방패로 쓰고 있다고 규탄해왔다.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닷새째를 맞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에 급파됐다.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뒤 요르단, 사우디, 이집트 등을 순회 방문한 그는 이날 이스라엘을 재방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텔아비브에서 나흘 만에 다시 만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지난주 중동 국가 순방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이스라엘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고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순방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재확인하고,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하는 한편, 하마스에 구금된 200명의 인질을 조속히 석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미국과 이스라엘 양국이 바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이·팔 전시 상황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대선을 앞둔) 국내 상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안보와 정치적 상황에서는 매우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안보 분석가인 커스틴 폰텐로즈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와 직접 만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육해상 공세가 이·팔 간 분쟁을 장기전으로 이끌고 민간인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으로 팔레스타인 대참사가 나타날 경우 아랍권을 자극해서 이란과 레바논, 시리아 등 아랍권의 참전을 불러올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콜로라도 방문 계획을 갑자기 미루고 국가안보회의를 개최한 사실과,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날 이스라엘을 나흘 만에 재방문한 상황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행과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 공개된 미국 CBS 방송 '60분' 인터뷰에서는 '현시점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점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란의 개입에 의한 확전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과도한 보복'에 의한 확전 가능성도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이스라엘을 찾을 경우, 팔레스타인의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 외신은 짚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