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15억원을 넘는 아파트 등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기 전보다 7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결과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된 것이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중은행들의 15억원 초과 주택 주택담보대출 신규대출금액은 지난해 11월 1952억원에서 올해 8월 1조 4565억원으로 9개월 만에 7.5배로 증가했다. 건수로 비교해보면 같은 기간 4.1배(839건→3405건)로 늘어났다.
15억 초과 아파트 신규 주담대 금액이 뛴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작년 12월 이후 순차적으로 투기 · 투기과열지구도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가 허용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던 서울시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와 성남시(중원구 제외), 하남시, 광명시의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주담대가 불가능했으나 규제를 풀어주면서 가계대출이 급등했다"고 덧붙였다.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규제가 완화된 작년 하반기부터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출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은 부동산 규제 완화 탓이라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원인을 은행권의 느슨한 대출행태와 금융사에서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혹은 주택경기 회복에서 찾을 뿐 현 정부에서 시행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자 시중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가산금리를 늘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을 동원해 가계대출 수요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민은행은 11일부터 주담대과 전세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12일 주담대 변동금리는 전날보다 0.2%포인트 오른 4.44~5.84%였다. 고정금리는 0.1%포인트 오른 4.34~5.74%였다. 전세대출도 0.2%포인트 상승해 변동금리는 4.11~5.51%, 고정금리는 4.45~5.85%였다.
우리은행도 1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리고, 전세대출 금리 역시 0.3%포인트 높인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대출금리 인상을 준비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라는 신호를 주니 금리 인상과 초장기 대출 상품 연령제한 조치로 은행들이 대응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부장단은 매주 금요일 회의를 통해 가계대출 동향을 살펴보고 수요 억제 방안을 논의한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했다.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이다.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1조5174억원 늘었다. 특히 주담대가 2조8591억원(514조9997억원→517조8588억원) 늘어났다. 2021년 10월(3조7989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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