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확전 가능성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산유국이 아니라 당장 원유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이번 사태가 중동 지역 전체로 확산할 경우 큰 충격이 예상된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추가적인 군사자산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너비 65~95km의 작고 좁은 해협이다. 하지만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데 위치해 해상 교역의 요충지로 꼽힌다. 10세기 호르무즈 왕국은 호르무즈 섬과 이 해협을 근거지 삼아 페르시아만 무역을 통제하며 번영을 누렸다. 석유가 발견된 이후에는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고 있다. 주변 페르시아만에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 등의 산유국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원유 대부분은 해상으로 운송되는데 이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길목에 위치한데다 해협이 좁다 보니 이곳을 장악하거나 봉쇄할 경우 세계 원유 수급에 큰 차질을 줄 수 있다. 이는 국제 유가 변동에 바로 영향을 준다. 실례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일시적으로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히면서 유가가 폭등한 적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량 가운데 중동산은 72%(2023년 8월말 기준)로, 원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한국의 원유 수급이 어려워지고, 에너지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 격화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높았을 당시 일시적으로 봉쇄될 경우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7%포인트 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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