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중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대(對)중국 의존도 축소에 나서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에 대중 수출이 금지된 SK하이닉스 반도체가 탑재된 데 대해서는 '미스터리'라고 언급했다. SK그룹의 승계 계획 마련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1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정학과 공급망 문제로 일정이 변경되지 않았다면 배터리 측면에서 비용을 훨씬 더 많이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다. 중국은 광물·소재부터 제조까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꽉 쥐고 있지만, 미국은 IRA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줄이도록 했다. 이는 전기차 가격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제조단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핵심소재를 중국에 100% 의존할 수는 없다"며 "모두가 실제로 공급망을 안전하게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K 배터리 기업도 최근 아프리카, 남미를 방문해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소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 장비 반입 규제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아주 좋은 소식에 기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이는 상품의 일종"이라며 "상품 그 자체에 엄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한 중국 화웨이가 지난 8월 공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대중 수출이 금지된 SK하이닉스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것과 관련해 "미스터리"라고 언급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뒤 이 회사와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가 자체 유통 채널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미 제재로) 더이상 그 채널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채널이 (유통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반도체 시황과 관련해서는 "좋지 않다"며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부분에서 그렇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승계 계획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준비해야 한다"면서 "내가 사고를 당한다면 우리 그룹은 누가 이끄나.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만의 계획은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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