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이 시작됐어요.” 요즘 부산광역시 박형준 시장의 하루는 분초를 다툰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 엑스포) 유치 여부가 판가름 나는 운명의 날인 11월 28일이 50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취재진과 만난 박 시장은 이미 서너 개 일정을 소화한 뒤였다. 본지와 인터뷰 이후에도 인터뷰, 촬영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었다. 박 시장은 “대단히 바쁘다.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 단위로 쪼개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11월부터는 파리 현지에 머무르며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막바지 노력을 할 생각이기에 10월 일정이 더욱 촘촘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부산 엑스포와 관련해 부산을 찾는 VIP들이 많아졌다. 박판 반 마이 베트남 호치민시 시장, 게오르크 빌프리드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 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 등이다. 박 시장은 “해외에서 온 VIP들을 다 만나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건강관리를 위해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걷고, 주말에 그나마 짬을 내 운동에 투자하는 식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걷기만큼 건강에 좋은 게 어디 있나. 평일엔 틈날 때마다 조금이라도 걸으려고 하는데 워낙 일이 많아 쉽지 않다. 주말에는 오랫동안 해온 테니스를 통해 건강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포 얘기부터 해보자. 개최지 결정이 50일 남았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사우디아라비아와) 굉장히 팽팽한 상태다. 이런 일은 마지막까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최선을 다한 뒤 하늘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50일 동안에 승부가 갈린다. 그래서 지금부터 11월 28일까지가 제일 중요한 시간이다.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가 늦게 시작해서 처음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 부산시, 기업 등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 결과 많이 추격했다. 특히 이번 유엔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47개국 정상을 만나 코피까지 흘리면서 열심히 뛴 결과 상당히 희망적인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힘을 바탕으로 남은 50일 동안 파리 현지를 중심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새로 발견한 게 많다.
새로 발견? 무슨 말인가?
엑스포는 스포츠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는 것하고는 다르다. 경제올림픽이고, 산업올림픽이다. 유치 과정은 각 나라하고 경제 관계나 산업 관계, 당면한 현안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들도 처음에는 남의 일처럼 하다가 실제로 해보니까 아프리카, 중남미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개척했던 시장을 다시 보는 기회, 새로운 개발 시장을 여는 효과가 생겨나니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
또 그동안 우리나라 공관이 세계 120개국에 있었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전을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게 그냥 우리가 잘났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각 나라하고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해서 그 나라가 우리나라를 고맙고 도움이 되는 나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그런 계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유치 과정에서 정부가 해외 공관을 50개 늘리기로 했다. 우리 해외 공관이 120개국에서 170개국으로 늘어난다. 외교 네트워크 확장은 물론이고 통상대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입지가 강화되는 등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가 유치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하나.
그런 확신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11월에는 프랑스 파리에 거의 상주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박 시장이 부산광역시 시장이 된 것은 2021년 4월이다. 동아대 교수로 있던 그는 2004년 정치권에 뛰어든 뒤 국회의원, 대통령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 논리적으로 주장을 펼쳐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는 논객으로 활약했다. 광역시장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취임한 지 2년 6개월이 됐다. 스스로 되돌아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산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전에는 조금 비관적인 인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부산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많이 전환됐다. 시민들도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희망을 주는 여러 가지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인가.
제가 취임하기 전보다 투자 유치가 거의 20배 이상 늘었다. 올해 8조원을 넘길 것 같다. 세계적인 기관들이 한 각종 도시 평가 지수들도 많이 올라갔다. 스마트 도시지수는 65위에서 19위로, 이코노미스트가 한 살기 좋은 도시 평가는 아시아 13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기업평판연구소에서 우리나라의 특별·광역시는 물론 모든 시까지 포함해 매월 브랜드 지수 조사를 하는데,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부산이 계속 1위를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일 아쉬운 것은 수도권 집중과 일극주의가 워낙 심해서 인재가 서울 주변으로 몰리는 걸 되돌리려고 노력하는데 아직은 그 구조적인 힘들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바로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부산이 전국에서 지·산·학(地産學, 지역 산업 대학) 협력을 제일 먼저 했다. 그게 교육부의 라이즈 정책으로 반영돼서 교육부 정책과 부산시 정책이 일치하고 부산시가 시범 지역이 됐다. 대학이 살지 않으면 도시가 살 수 없다. 아이들 교육하기 좋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이 잘 된다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대학 혁신이 필요해서 지산학 협력을 강조했다. 다행히 효과가 있어서 부산대학교가 올해 굉장히 브랜드가 높아졌다. 평가가 올라갔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특·광역시장 가운데 직무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지난 2년여 동안 부산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로 두 개의 비전을 갖고 시정을 펼쳤다. 글로벌 허브 도시로 부산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삶의 질, 시민 행복 이런 차원의 얘기인데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비전이다.
서로 밀접히 연결되는 것이고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계속 발굴해서 확산하는 중이다. 예를 들면 부산의 동서를 빠르게 연결해 15분 생활권 도시로 만들겠다는 ‘15분 도시’, 전국에서 제일 먼저 실시한 통합할인제, 시청 1층에 만든 어린이 복합문화센터, 생활체육 전국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 같은 것들이다.
시청에 어린이 복합문화센터를 만들었다? 그건 뭔가?
다른 시·도에는 없다. 단순히 도서관이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교육과 체험은 물론 원어민 영어 교육도 하고 있다. 아이들의 부모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시범 사례로 지난해 9월에 시작했는데 벌써 20만 명 이상이 이용했다. 1층 분위기가 확 달라져 시청이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바뀌었다. 기존 행정기관에선 볼 수 없었던 사례다. 부산 전역에 한 300개를 만들려고 한다. 이미 몇십 개 만들었다. 일종의 지역 커뮤니티 시설인데 그걸 통해서 주민들이 서로 좋은 관계를 맺는 도시를 만드는 게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수도권에서 오해하는 게 있다. 부산은 세계 2위의 항만 물류 기능을 갖고 있다. 컨테이너로는 세계 7위다. 이미 글로벌허브 물류 도시가 돼 있고, 울산 경남에 많은 제조업 기지가 있다. 산업은행의 주요 고객들이 다 여기에 있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기에 우리나라 산업 발전과 경제 발전에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은행이 수도권에 있으면 여러 은행 중 하나밖에 안 된다. 하지만 부산에 오면 부산과 남부권 전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은 단순히 과거의 혁신도시 분산 개념하고는 차원 자체가 좀 다르다.
이것을 민주당이 반대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지방분권을 강조했던 노무현 정신을 잇는 정당이 민주당 아닌가? 혁신도시를 했던 이유가 공공기관이 내려가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라는 것이었는데 내려가긴 했어도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는 곳이 별로 없다. 산업은행은 그것하고는 진짜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이 혁신도시 발상을 했을 때의 생각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게 산업은행 이전이다.
총선 전에 가시화할 수 있을까.
법 조항 하나만 바꾸면 된다. ‘서울에 둔다’를 ‘금융 중심지에 둔다’든지 해서 열어놓으면 된다.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균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
일본이 오염수 2차 방류를 시작했다. 염려는 없는가.
대비를 철저히 해왔다. 국제 기준보다도 한 10배 높은 방사능 기준으로 곳곳에서 검사를 계속해왔고 검사하는 지역도 늘렸다. 수산물도 매일 검사하고 있다. 1차 방출 이전에도 해왔고 방출 이후에는 더 강화했다. 시민들도 앱을 통해서 결과를 볼 수 있고 전광판도 곳곳에 설치했다. 실질적인 피해는 별로 없다. 앞으로도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아니다.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 부산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인구 감소는 저출산과 인구 유출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기 위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부산으로서는 청년 유출을 막는 게 우선 제일 중요하다. 다행인 것은 해마다 부산에서 2만 명씩 청년이 유출되다가 올해엔 한 5천~6천 명 수준으로 줄었다. 2~3년 이내에 거의 동결 수준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다음에는 젊은이들이 부산으로 올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도 합리적 선택을 하는 시기가 곧 올 것이다. 그걸 준비하고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수도권 일극주의를 계속 강화해서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박 시장이 꿈꾸는 부산의 미래는 어떤 것인가.
살기 좋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다는 여건을 부산은 이미 갖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낀 대도시, 그것도 바다가 멀리 떨어져 도시 외곽에 있는 게 아니라 도심을 완전히 끼고 있지 않나. 이처럼 바다와 함께 대도시 편의시설과 인프라를 다 갖춘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서울도 아름다운 도시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의 아름다움을 당할 수 없다. 부산은 정주 여건이 좋고 공기도 좋다. 특별시·광역시 중 미세먼지 농도가 제일 낮은 곳 1위가 부산이다.
사람, 기업, 돈이 몰리는 국제 관문 도시를 만들 생각이다. 그걸 위해서 환경, 교육, 문화, 관광 등을 전략적으로 키우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관광공사에서 조사한 것을 보니 부산에 왔다 간 사람들이 제일 높이 평가한 게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도시’라는 거였다. 그게 중요하다. 좋은 관계의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 따뜻하고 재미있고, 그리고 여기 살면 참 편하고 행복한, 이런 도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관광도시 육성 사업과 관련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던데.
부산에는 하이엔드 콘텐츠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페라하우스나 국제 아트센터, 또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 같은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곳곳에 문화 관광 명소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에게 서울만이 아니라 부산도 있다는 걸 알리고 있다.
정치 논객으로도 이름을 날렸는데, 요즘 여야 정치권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답답하다. 내년 총선이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여러 가지로 답답하지만 엑스포 유치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정치에 신경 쓰기 어렵다. 그래서도 안 될 것 같고…. 정치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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