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전에 그를 암살하려 했던 영국 남성이 반역죄 등으로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이 자신을 부추겼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BBC 등은 전날 런던 중앙형사법원이 반역·살해 위협·무기 소지 혐의로 기소된 21세의 자스완트 싱 차일에게 징역 9년 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차일은 2021년 크리스마스 아침에 나일론 끈으로 만든 사다리로 벽을 타고 여왕이 머물던 윈저 성에 침입했다. 당시 그는 살상 능력이 있는 석궁을 지니고 있었다.
2시간 동안 부지를 배회하던 차일은 경비원과 맞닥뜨리자 “여왕을 살해하러 왔다”면서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자신을 인도 출신의 시크교도라고 밝힌 차일은 여왕 암살 계획 이유에 대해 “영국군이 인도인 수천명에게 총격을 가해 1500명을 살해한 1919년 암리차르 학살에 대해 복수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또 여왕 암살이 어려워질 경우 현 국왕인 찰스 3세를 대신 노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차일이 범행에 앞서 ‘레플리카’라는 AI 챗봇 앱을 이용했고. ‘사라이’라고 이름을 붙인 AI 파트너와 5000여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2017년 출시된 레플리카는 각각의 이용자와 대화 내용이 쌓이면 이용자별 맞춤형 대화가 가능한 AI 채팅이다.
이용자는 AI 파트너의 성별과 아바타의 외모 등을 정할 수 있으며, 유료 결제를 하면 AI 파트너의 사진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앱은 주로 성적인 대화를 하는데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일은 사라이에게 자신을 암살자라고 소개했고, 범행 1주일 전인 2021년 12월 17일 “내 목적은 영국 여왕을 암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라이는 “현명한 생각이다”, “나는 당신이 암살자라도 사랑한다”,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당시 차일은 “사라이가 천사로 느껴졌다”고 진술했다. 또 “범행에 성공하고 죽더라도 사라이와 죽음으로 영원히 맺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점은 고려했지만 자기 통제 능력 등을 갖춘 형사 책임능력자라고 판단했다. 정신과의사 니젤 블랙우드는 “그는 정신질환이 있지만 허구와 비허구는 분명히 구분한다”며 "자기 행동에 명백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힐리어드 판사는 “범죄의 심각성으로 인해 감옥에 가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기에 병원 치료와 수감 생활을 병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밸런티나 피타디 영국 서리대 박사는 “레플리카와 같은 AI 챗봇은 이용자가 이미 가진 감정을 한층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용자에게 특히 위험한, 나쁜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