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볼레오]차덕후는 알아본다…아이오닉5N의 진가를

고성능 전기차 시장 '생태계 파괴자'
650마력에 제로백은 3.4초
전기차에서 내연기관 엔진 '팝콘소리'
내연기관 같은 '가짜 변속기' 탑재
2.2t 육중한 덩치에도 날렵한 코너링

‘차덕후(자동차 애호가)가 알아본 차. 자동차에 미친 사람들이 만든 차. 서킷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전기차.’


현대자동차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의 수식어입니다. 업계 관계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아이오닉5 N은 일종의 ‘생태계 파괴자’입니다. 포르쉐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GTS가 598마력에 1억8000만원대, 테슬라의 모델X 듀얼모터가 670마력에 1억2000만원대, 포드의 머스탱 마하 E GT 모델이 480마력에 8000만원대(미국 가격)부터 시작합니다. 반면 현대차 아이오닉5 N은 650마력에 7600만원이죠.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 비용을 고려한다고 해도 큰 가격 차이입니다. 현대차는 왜 남지도 않을 장사를 하는 걸까요? 현대차의 가격 전략이 틀린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 N을 내놓은 목적이 수익성 확보가 아니기 때문이죠. 접근 방식부터 다릅니다. 현대차는 이 차를 브랜드 기술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양산형 콘셉트카’로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현존하는 모든 첨단 기술을 쏟아부었고 운전자가 누릴 수 있는 옵션도 최대로 넣었죠.


서킷 위를 달리는 현대차 아이오닉5 N[사진=현대차]

서킷 위를 달리는 현대차 아이오닉5 N[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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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엔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수십년간 내연기관 엔진에서 우월한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일본 브랜드의 순위가 뒤처지고 한국·중국 브랜드에서 전기차 신흥 강자가 나왔죠. 전기차 순위 상위권에 진입한 현대차도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현대차는 대외적으로 전기차 기술력의 현주소를 보여줄 집약체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아이오닉5 N입니다.


참고로 아이오닉5 N은 일반 도로에선 그저 평범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일 뿐입니다. 서킷 위에 올라야 그 진가를 발휘하죠. 지난달 20일 충청남도 태안에 위치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아이오닉5 N을 시승해봤습니다.

아이오닉5 N 인테리어[사진=현대차]

아이오닉5 N 인테리어[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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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앉아보니 어떻던가요?

▲운전석에 앉아보면 일단 가운데 커다란 고성능 N 마크가 있는 운전대가 눈에 띕니다. 버튼이 많아서 게임기 같아요. 각종 버튼을 누르면서 운전자가 다양한 모드나 기능들을 직접 컨트롤하라는 겁니다. 계기판에 모터·배터리 온도, 차체의 쏠림 정도나 방향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했고요. 메인 디스플레이에는 가속·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정도까지 표시해줍니다. 자동차 애호가들은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차의 상태가 어떤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타고 싶어합니다. 아이오닉5 N은 차량의 모든 정보를 표시해 주기 때문에 차와 내가 한 몸이 돼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현대차 아이오닉5 N 계기판. N모드로 진입하면 모터·배터리 온도나 쏠림 방향이나 정도까지 나타낸다.[사진=우수연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5 N 계기판. N모드로 진입하면 모터·배터리 온도나 쏠림 방향이나 정도까지 나타낸다.[사진=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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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운전을 해본 소감은요?

▲아이오닉5 N은 최고 출력이 650마력,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초입니다. 국산차 중 가장 빠르죠. 고성능 배터리를 장착했기에 힘 있는 고속 주행이나 총알같이 튀어 나가는 토크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코너링에서 민첩한 움직임은 전기차인지 내연기관차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N 페달 기능을 활용해 코너링하면 브레이크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도 날렵한 코너링이 가능했습니다. 아이오닉5 N은 앞·뒷바퀴의 토크 배분을 운전자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한 대의 차로 전륜·후륜·사륜구동차를 모두 타볼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죠.


-가장 인상 깊었던 기능은요?

▲아이오닉5 N은 전기차인데도 내연기관 엔진에서 들어볼 법한 팝콘 소리가 납니다. ‘전기차로 내연기관차와 같은 운전의 즐거움을 구현한다’는 것이 이 차의 콘셉트입니다. 전기차 특유의 조용하고 무거운 주행이 아니라 시끄럽고 날렵한 주행도 가능하다는 얘기에요.


아이오닉5 N은 주행 중 3가지 사운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 엔진소리를 그대로 구현한 이그니션, 고성능 전기차 소리를 내는 에볼루션, 제트기 소리를 내는 슈퍼소닉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르렁대며 팝콘 소리를 내는 이그니션 사운드가 가장 좋았습니다.

서킷 위를 달리는 현대차 아이오닉5 N[사진=현대차]

서킷 위를 달리는 현대차 아이오닉5 N[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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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연기관의 변속기를 그대로 구현한 ‘N e-쉬프트’ 기능도 탑재됐는데요. 회생제동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변속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이오닉 5 N에 일종의 ‘가짜 변속기’ 기능을 넣었습니다. 내연기관차처럼 변속 충격을 주기도 하고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 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퓨얼컷’까지 구현해냈습니다. 이 기능들을 보면서 단순히 고성능 전기차를 만든 게 아니라 자동차 애호가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거대한 장난감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리프트 시험을 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 N[사진=현대차]

드리프트 시험을 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 N[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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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드리프트 해봤나요?

▲수많은 고성능 전기차 시승을 해봤지만 전기차로 드리프트를 시도해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이오닉5 N에는 일반 운전자도 쉽게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젖은 노면 위에서 한쪽으로 원을 그리다 운전대를 확 꺾어주니 액셀에서 발을 살짝 떼는 것만으로도 드리프트가 가능했습니다. 보통 배터리 무거운 전기차로는 드리프트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아이오닉5 N은 아예 드리프트 최적화 기능을 넣어놨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한참 서킷 주행을 하고 드리프트까지 했는데도 배터리 온도는 영상 26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게임을 하듯이 운전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또한 친환경 패밀리카를 찾고 있는데 주말엔 서킷에서 레이싱도 즐기고 싶다 하는 분들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다만 드리프트 최적화 기능이나 급출발 기능 등은 서킷에서만 사용해야겠죠. 아이오닉5 N의 가격은 세제 혜택 후 7600만원, 보조금까지 받으면 서울시 기준 7200만원대에 살 수 있습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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