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사는 이모씨는 지난 7월 개 물림 사고로 응급실에 내원해 지출한 치료비 중 20만원을 공제받았다. 지방자치단체가 가입한 '시민안전보험' 덕분이었다. 이처럼 각 지자체가 안전사고 피해를 본 시민을 위해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막상 보상 건수는 저조해 도입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안전보험은 각종 재난·사고로 인한 시·도민의 신체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지자체가 보험사·공제회와 자율적으로 계약하는 보험제도다. 2015년 충남 논산시가 처음 도입한 이후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기준 243개 지자체(광역·기초 포함)가 가입했다.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있는 지자체에서 무료로 가입해주는 보험으로 사고일로부터 최대 3년까지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사고를 당한 시민은 시민안전보험 상담센터에 문의해 각 보상유형에 맞는 청구서 및 필요서류를 갖춰 접수하면 된다.
지자체별로 보장항목은 상이하다. 가령 서울시의 경우 올해 자연재해 사망, 화재·폭발 사망 및 후유장해, 대중교통사고 사망 및 후유장해, 스쿨존·실버존 교통사고 부상치료비 등을 보장하고 있다. 부산과 대구는 자연재해, 화재, 폭발, 붕괴, 대중교통, 스쿨존 등의 보장항목 동일하지만, 부산은 사회재난, 감염병을, 대구는 강도상해, 실버존, 전세버스 항목을 보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일부 농촌 지역의 경우 농기계 사고 상해를 보장해주는 곳도 있다.
다만 좋은 취지와 달리 보상 건수는 미미한 편이다. 서울 시민안전보험 보상 건수는 2020년 44건, 2021년 75건, 지난해 78건이었다. 올해 1~8월도 59건으로 두 자릿수에 머문다. 같은 기간 울산(51건), 부산(35건), 광주(61건), 대구(46건), 대전(21건)도 비슷한 수준이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개 물림 응급실 내원 치료비'를 보장해 보상 건수가 늘면서 광역시 중 유일하게 세 자릿수인 139건을 기록했다.
특히 시민안전보험의 사고 유형별 보상 건수와 실제 사건사고 발생 건수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서울시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해 서울 노선버스 관련 사고 부상자 수만 1793명인데, 2020년부터 올해까지 대중교통 이용 중 교통상해(후유장해)로 보장받은 건수는 109건에 그쳤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스쿨존 부상으로 14건의 보상이 이뤄졌는데,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이 기간 부산지역 스쿨존 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부상자는 46명이었다.
지자체들은 각 관공서에 안내문을 배부·비치하거나 대중교통에 광고 협조를 요청하는 등 나름의 홍보 정책을 펼치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카카오톡 앱을 통해 시민안전보험의 보장항목, 보장금액, 청구 방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카카오페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민안전보험에 대한 인식은 저조한 편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70대 김철용씨(가명·남)는 "형수가 시민안전보험 관련 안내 문자를 보내줬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사기가 아니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의 경우 2018년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했지만 보상 건수가 저조하자 2020년 3월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초창기에 신청이 적어 실효성을 따져 잠깐 중단했다"며 "많은 시민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장항목을 설계해 내년부터 다시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지자체 예산으로 보험료를 내는 만큼 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 시민안전보험 가입액은 2020년 8억6700만원에서 올해 21억400만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보장항목에 자연재해 사망이, 올해는 사회재난이 추가되면서다. 부산도 코로나19 등 감염병 사망 보장 항목을 추가하면서 가입액이 지난해 2억4735만원에서 올해 7억5923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홍보도 중요하지만, 병원에 가거나 치료를 받을 때 자동으로 시민안전보험이 검색되거나 보험을 접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틀이 마련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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