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우려에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여전히 가격이 높아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요 파괴란 장기간 지속된 가격 급등에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원자재 전략팀장은 4일(현지시간)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유가 상승에 따라 미국과 유럽, 일부 신흥국에서 수요 억제가 다시 한번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경제 포털 야후파이낸스가 전했다.
JP모건은 "올해 중국과 인도가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를 이끌었지만, 유가 급등으로 중국이 지난 8월과 9월 국내 재고를 활용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휘발유 가격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자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였다는 징후도 나타났다고 JP모건은 밝혔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3분기 유가 급등으로 수요를 억제했다는 것이다.
경유의 경우 최근 건설사와 운수업계, 농민들이 대부분 최근 30%대 급등세를 체감하고 있어 화물비와 식료품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제트 연료 수요는 3분기 들어서도 증가해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등 항공사들이 높아진 비용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
JP모건은 유가가 지난달 유가가 앞서 목표치로 예측했던 배럴당 90달러를 찍었다면서 연말 목표가를 86달러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간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급 차질 우려로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지난달에는 국제 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 3분기 평균 28%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4일에는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했다.
인베스텍의 캘럼 맥퍼슨 애널리스트는 "단기 공급 차질에 있었던 시장의 관심은 이제 고금리 장기화의 의미, 그에 따른 거시경제 환경, 11월 OPEC+ 회의 논의 등으로 옮겨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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