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Z 겨냥한 네이버, 중고거래 삼각편대 구축

아시아-북미-유럽 잇는 중고거래 벨트 구축
검색 중심 3050세대 넘어 1020세대 겨냥

네이버가 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을 인수하면서 아시아-유럽-북미를 잇는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놀이터로 떠오른 각국 중고거래 플랫폼을 연결해 젊은 세대를 끌어오려는 전략이다.


네이버 크림, 日 중고거래 플랫폼 인수

네이버의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계열사 크림은 일본 소다에 976억원을 투자한다고 4일 공시했다. 이를 통해 지분 43.6%를 확보하게 된다. 소다는 크림의 연결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소다는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 운영사다. 2018년 스니커덩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벤처 캐피털 펀드 '비전펀드2'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2021년 경쟁업체 모노카부를 인수해 일본 1위 한정판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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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자로 크림과 소다는 사업적 시너지를 본격화한다. 크림과 소다에 입점한 한국·일본 브랜드들은 각 사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저변을 넓힐 수 있다. 양사는 검수 노하우를 더해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각 플랫폼이 보유한 해외 거점을 활용한 사업 확장도 노린다. 크림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C2C 플랫폼에 투자해왔다. 이날 크림은 태국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사솜을 운영하는 사솜컴퍼니에 6억원을 투자해 지분 비율을 34.4%로 늘렸다. 소다 역시 싱가포르, 호주, 미국 등으로 서비스 확장을 준비 중이다. 두 플랫폼의 커머스 시장을 연결해 아시아 최대 C2C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로써 네이버는 아시아-북미-유럽에 이르는 C2C 거래 벨트를 완성했다. 네이버는 올해 초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에 1000억 규모를 투자했다. 왈라팝은 스페인 중고거래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해 유럽판 '당근마켓'으로 꼽힌다. 올 초 투자로 총 30.5%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단일 투자자 기준 최대 주주가 됐다. 북미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와는 경영권 확보를 넘어 사업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올 초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난 7월부터 네이버의 AI 이미지 검색 기술을 적용했다. 네이버 '스마트렌즈' 기술을 이용해 사진 한 장으로 가장 유사한 상품을 찾아주는 '포시렌즈'를 선보였다.


커뮤니티형 커머스로 MZ세대 잡는다

네이버가 글로벌 C2C 벨트를 구축하는 것은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해서다. 검색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네이버의 기존 사용자들은 3050세대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1020세대를 공략해야 한다. 중고거래 시장은 젊은 세대의 커뮤니티가 활발한 데다 아마존, 구글 같은 절대 강자가 아직 없다. 실제로 네이버가 투자한 각국 플랫폼 주 이용자는 젊은 세대다. 포시마크는 전체 이용자 8000만명 가운데 MZ세대 비중이 80%에 달한다. 1500만명이 이용하는 왈라팝 주 사용자층은 1020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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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유행에 민감하지만 소유보다는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없는 제품을 사기 위해 기존에 가진 것을 파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한정판, 명품 등 특정 카테고리 안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개인들끼리 소통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포시마크 역시 인스타그램에 가까운 커뮤니티형 커머스 서비스다. 이용자가 커뮤니티에 머물면서 상품을 발견하는 식으로 구매가 이뤄진다. 커뮤니티가 활발한 중고 거래 특성상 네이버의 강점인 커뮤니티, 포털 등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네이버가 '커뮤니티형 커머스'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이유다.


시장 전망도 밝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1년 400억달러(약 54조원)였던 전 세계 중고거래 시장이 2025년 770억달러(약 105조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향후 5년간 15~20%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SNS 등에서 갖고 싶은 물건을 발견해 이를 구하고 다시 판매하는 경험 자체를 놀이처럼 즐긴다"며 "이들의 옷장에 있는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중고거래 시장에 나온다면 거래 단가가 높은 이커머스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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