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로존의 근원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월가의 전망이 나왔다.
2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존은 우리 시간 30일(현지시간 29일) 각각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과 9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발표한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8월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눈여겨보는 지표인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4%대 아래로 내려오면, 2021년 9월 이후 약 23개월 만에 처음이 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입과 지출이 꽤 증가했지만, 8월 PCE 물가 상승률은 Fed의 목표치인 2%를 향해 석 달 연속 둔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산출한 수치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의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3%대로 하락할 경우, Fed가 연내 추가 긴축 대신 현 수준의 고금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이 월가에서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Fed의 긴축 작업이 끝났다고 봤다. 모건스탠리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엘렌 젠트너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Fed)이 여기서 (긴축을) 종료했다는 강력한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냉각되면서 Fed가 내년 금리 인하가 준비될 때까지 현재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의 9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8%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실제 상승 폭이 이 수치에 부합할 경우 12개월 내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을 종료했다고 판단한다. 지난 15일 ECB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5%로 올린 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준금리가 지금 수준에서 충분히 오랜 기간 유지된다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로 적시에 돌아가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가 '기간'에 초점을 두겠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선 ECB가 금리동결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변수다.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뛰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추이와 Fed 등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은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어도 현재 수준과 같은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기준금리가 7%까지 오를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26일 인도 매체인 타임즈 오브 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기준금리를 7%까지 올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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