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민주당 내홍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전날 자신의 체포안에 대한 사실상 '부결 지침'을 내린 데 이어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표단속에 나섰지만, 가결 정족수에서 1표를 넘기며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표결에서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됐다. 했다. 재적의원(298명) 중 295명이 표결에 참여하면서 찬성표가 가결 정족수(148표)를 넘어섰다. 지난 6월 이 대표의 1차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와 비교하면 찬성표가 10명이 늘어난 반면, 반대표는 3명이 줄었다. 1차 표결 당시 기권(9표)과 무효(11표)를 선택한 의원들이 가결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에선 이 대표가 장기 단식으로 인해 병원에 옮겨지면서 동정론이 확산되며 체포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전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규탄하는 부결 목소리가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사실상 부결을 공개 요청한 것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하고, 석달만에 이를 뒤집으면서 1차 투표 당시 '기권과 무효표'로 사실상 표결을 보이콧한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가)어제 SNS 올린 글의 역풍이 생각보다 상당한 걸로 보여진다"며 "그(불체포특권 포기의) 진정성은 다 믿었지 않았느냐"며 "그러니 당연히 (이 대표가)이번에 단식에 들어가면서 체포동의안이 오면 가결을 호소할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이른바 '민주당 이탈표'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점도 체포안 가결표를 굳히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번 체포안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의 '옥중 공천설'까지 돌았는데 이 대표의 '부결 지침'까지 내려오면서 비명계 의원들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번 체포안의 부결로 인해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한 만큼 체포안 가결을 통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명계는 이날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일 공소권 남용 판결을 받은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각각 175표와 180표 등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운영과 야권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견제를 보여준 한편, 이 대표에 대한 체포안을 함께 가결시켜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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