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행성이 김정은 주목"…北, '방러 성과' 억지 찬양

김정은, 열흘간 북러 정상회담 등 일정 소화
노동신문, 방러성과 찬양…우상화 강도 높여
북러 무기거래 추정…안보리 결의 위반 비판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성과'를 찬양하고 나섰다.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 등 군사적 협력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북한 당국은 "세계의 정치 흐름을 주도하는 영향력을 과시한 것"이라며 우상화 강도를 높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자 1면 사설에서 김정은의 방러 성과를 '역사적 대외 혁명 활동'이라 규정한 뒤 "(김정은이) 조·로(북·러) 친선과 협조, 선린우호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강화 발전시키시고 반제 자주 위업 수행을 위한 정의의 투쟁을 힘있게 고무 추동하셨다"고 치켜세웠다.

악수하는 북한 김정은과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악수하는 북한 김정은과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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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평양을 떠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9박 10일간의 방러 일정을 마친 뒤 19일 복귀했다.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만남 이후 4년 5개월 만에 성사된 회담으로, 두 정상은 러시아의 군사기술 및 북한의 재래식 무기 교환 등에 관해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문은 "온 행성은 세계적 정치 지도자의 중대하고도 의미 있는 행보로 세차게 진감했고 이 땅에서는 수령 숭배의 열기가 더욱 뜨겁게 분출됐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세계 정치 흐름을 확고히 주도해 나가는 주체 조선의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이 온 세상에 다시 한번 과시됐다"고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이어 갔다.


신문은 또 김 위원장의 방러를 '대성공'으로 묘사하며 "(김정은에) 절대 충성을 바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총비서 동지의 영도를 따라 나아가는 것은 영광이며 행운"이라며 "누구나 총비서 동지의 혁명 사상으로 무장하고 총비서 동지의 뜻과 의지대로만 살며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수하는 북한 김정은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악수하는 북한 김정은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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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신문은 2면 기사에서 하산·보스토치니·콤소몰스크나아무레·블라디보스토크 등 김 위원장이 찾았던 러시아 지역들을 열거한 뒤 해당 지역들에 '거룩한 발자취'가 새겨졌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후 전투기를 생산하는 '유리 가가린' 공장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등을 시찰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실전 배치된 러시아 대표 전략무기를 시찰한 행보는 북·러 간의 전략무기 분야 협력 가능성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뒤 "1000㎞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우리 군은 이 미사일이 극초음속은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 간 '위험한 공조'의 다음 행보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르면 다음달 초 최선희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만날 예정이며, 이후 구체적인 방북 일정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찾은 것은 김정일 집권 시절이던 2000년이 마지막으로, 연내 성사될 경우 23년 만의 방북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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