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내년 예산이 대폭 삭감된다. 일각에서는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학생만화공모전 금상을 수여한 데 따른 보복성 삭감이라고 주장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20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진흥원의 내년도 문체부 국고보조금 예산안은 약 60억 원이다. 올해 116억4000원에서 약 56억 원(48%)이 깎였다. 표면적으로 열일곱 항목 가운데 일곱 항목 예산이 삭감됐다. 만화산업 전문교육 인력 양성 사업, 웹툰창작체험관 사업 등이다.
지자체와 문화계는 '윤석열차' 논란에 따른 보복성 조치라고 지적한다. '윤석열차'는 지난해 7~8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진행한 전국 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받은 작품. 윤석열 대통령 얼굴이 열차 전면에 그려져 있다. 조종석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탑승해 손을 흔든다. 시민들은 객실에 칼을 든 검사 복장의 남성들이 줄줄이 타고 있어 놀란 표정으로 달아난다.
이에 문체부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 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했다.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등 결격 사항이 공모 요강에 빠졌으며 심사위원에게도 공지되지 않았다"며 "미발표된 순수 창작작품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당시 입장과 예산 삭감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예산 삭감 사업은 정부 예산 편성 방향 및 평가 결과에 따라 조정된 것이며, 특정 단체에 대한 국고 보조금 지원 여부와 규모는 매년 정책 방향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웹툰창작체험관·지역웹툰캠퍼스 사업, 만화산업 전문인력 양성은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예산 투입 대비 효과가 부진하다고 평가됐다. 만화 출판 지원과 만화 콘텐츠 다각화 지원, 수출작품 번역 지원 사업은 부정수급 사례가 발견돼 예산이 삭감됐다. 해외 전시 및 교류 사업은 지난해 보조사업 연장평가 결과에 따라 타 기관으로 이관이 결정된 상태다.
문체부 관계자는 "부정수급 사례 적발, 보조사업 평가 결과 등으로 폐지나 이관이 결정되면 같은 사업 방식으로 편성할 수 없어 보조사업 수행 방식을 변경한 것"이라며 "만화·웹툰 산업에 대한 예산 지원은 웹툰 산업 전문인력 교육(20억 원), 만화·웹툰 비즈니스 현지화 지원(40억 원) 등 새로운 사업으로 유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